사그락 사그락 연약한 잎들이 나풀나풀 춤을 추며 아래로 아래로 몸을 던진다. 몸을 던지는 것은 따뜻한 봄날에 다시 오겠다는 신호일 것이다. 아니면 저렇게 가벼운 몸짓으로 마치 바이 바이 손을 흔들듯 내려올 리가 없다. 꽃보다 아름답던 단풍도 세월을 이기진 못해도 떠날 때는 저렇게 가벼이 떠나는구나 떨어진 잎사귀를 밟으며 닿은 내원암엔 장작더미 위의 주렁주렁 감들이 정겹게 반긴다. 언제나 정갈한 절집에 오면 깊은 산속에 묻어 놓고 온 고향집처럼 마음이 금세 편해진다. 에워싼 산은 지금이 늦가을이라 얘기하지만 철없는 철쭉은 마당에서 헤시시 웃고 있다. 오늘도 나그네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에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잠시 쉬었다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