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43

대리만족

여행을 다니기 어려운 몸이 되었다 자연을 내 곁에 둔다면? 거실에 있는 해국을 베란다의 조그만 연못 옆 나무 가지 위에 옮겨 주었다 연못의 금붕어가 고래가 되고 푸른 바다가 해국의 눈 아래로 펼쳐졌다 고래는 춤추고 파도는 일렁인다 나는 지금 바다 건너 님을 기다리는 해국이 피어 있는 동해안에 서있다 소슬바람이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해국(海菊)을 보며

어쭙잖게 생각한 일이 크게 판을 키웠다 순간적 방심이 두 발을 두 달이나 묶는다 누구의 질투나 시기라 여기면 나의 오만이고 쉼표라 생각하면 위로가 되지만 분명 나의 허물에 대한 큰 꾸짖음으로 여긴다 답답한 마음으로 집안을 운동장 삼아 돈다 거실 모퉁이의 해국이 무심하게 나를 본다 해국(海菊)을 보며 - 무철 거실 한켠에 조용히 자리 잡은 바다에서 무리 지어 피어 있을 외로운 해국을 보며 생각한다 철썩이는 절벽 한 모퉁이에서 언젠가 돌아오리란 믿음 하나로 님을 기다리는 시간의 인내심을 지금은 우리에 갇힌 철없는 짐승 또다시 곡곡에 발 디딜 희망으로 기다림의 뒤꼍에 있는 인고의 힘을 ★ '기다림'은 해국의 꽃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