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만족 여행을 다니기 어려운 몸이 되었다 자연을 내 곁에 둔다면? 거실에 있는 해국을 베란다의 조그만 연못 옆 나무 가지 위에 옮겨 주었다 연못의 금붕어가 고래가 되고 푸른 바다가 해국의 눈 아래로 펼쳐졌다 고래는 춤추고 파도는 일렁인다 나는 지금 바다 건너 님을 기다리는 해국이 피어 있는 동해안에 서있다 소슬바람이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지나간다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22.10.30
해국(海菊)을 보며 어쭙잖게 생각한 일이 크게 판을 키웠다 순간적 방심이 두 발을 두 달이나 묶는다 누구의 질투나 시기라 여기면 나의 오만이고 쉼표라 생각하면 위로가 되지만 분명 나의 허물에 대한 큰 꾸짖음으로 여긴다 답답한 마음으로 집안을 운동장 삼아 돈다 거실 모퉁이의 해국이 무심하게 나를 본다 해국(海菊)을 보며 - 무철 거실 한켠에 조용히 자리 잡은 바다에서 무리 지어 피어 있을 외로운 해국을 보며 생각한다 철썩이는 절벽 한 모퉁이에서 언젠가 돌아오리란 믿음 하나로 님을 기다리는 시간의 인내심을 지금은 우리에 갇힌 철없는 짐승 또다시 곡곡에 발 디딜 희망으로 기다림의 뒤꼍에 있는 인고의 힘을 ★ '기다림'은 해국의 꽃말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22.10.25
(수필) - 배려 배 려 양 재 완 단체여행에서 약속 시각에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다. 한두 사람은 꼭 늦는다. 더군다나 나처럼 ‘세월아 가거라.’ 하며 바쁠 게 없는 나이 든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책임을 맡은 사람이 늦으면 문제가 다르다. 보통 총무를 맡은 사람이 진행하는데 대가 없이 봉..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19.03.03
(수필) - 너도 친구다 너도 친구다 양 재 완 누구에게나 친구는 있다. 수어지교(水魚之交), 금란지교(金蘭之交), 관포지교(管鮑之交), 죽마고우(竹馬故友), 막역지우(莫逆之友)와 같이 친구의 종류도 여러 형태로 분류된다. 나의 친구들을 위와 같이 분류한다면 어디에 속할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제까지 ..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18.11.26
( 詩 ) - 시월 시월 양 재 완 남보다 한발 먼저 외롭게 떠나 버린 육촌형 제삿날 하이얀 달빛은 우수수 몸을 떨며 과일상을 차렸다 제 몸에서 슬며시 물러나는 잎새들 떠나고 오는 길목의 밤 귀또리 소리 제상에 앉고 까닭없이 넋을 낚는 시월의 마지막 밤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18.11.14
(詩) - 때를 민다는 것은 때를 민다는 것은 양 재 완 때를 민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때를 민다는 것은 한 사람의 역사를 떨쳐 낸다는 것이다 부풀어진 욕망과 허위를 걷어내고 켜켜이 쌓아 둔 보물을 하나하나 덜어내고 숨겨 둔 비밀을 한 겹 한 겹 털어낸다는 것이다 때를 민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18.09.30
(詩) - 날마다 행복 날마다 행복 양 재 완 구름이 참 한가하다 전(煎)을 부쳐 준다는 아내 말에 얼른 가게로 내려 가 사 온 막걸리 한 통 아내 한 잔 꽃 한 잔 나 두 잔 바람 석 잔 부딪치는 너와 나의 눈동자 언제 한번 맞춰볼까 눈치 없는 저 봄빛 제 갈 길로 가더라 나는야 꽃 데불고 이 봄 건너가리라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18.09.26
(수필) - 산딸기 산딸기 양재완 며칠 전에 갔던 팔공산 등산에서 빠뜨린 코스가 있어 혼자 답사하러 갔다. 팔공산 왕건5길로 백안삼거리에서 평광 버스종점까지다. 등산로 입구부터 새로 가는 기분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날씨는 더웠으나 한번 왔던 길이라, 산에서 가장 험하다는 ‘깔딱재’를 넘고 ‘돼..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18.08.24
(수필) - 주머닛돈이 쌈짓돈 주머닛돈이 쌈짓돈 양재완 워낙 더운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저녁 먹고 해가 선선해지면 둑길을 걷는다. 나처럼 혼자 걷는 사람도 있지만, 부부끼리 걷는 사람들이 많다, 다정히 걷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어떤 부부는 덥지도 않은지 손을 꼭 쥐고 걷는다. 어느 날, 여니 때와 같이 걷는데 ..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18.08.24
(詩) - 중산지 중산지 양재완 중산지 못 둘레를 운동한답시고 삼복에 걸으니 매우 덥습니다 하늘에 있는 구름도 덥고 나무에 우는 매미도 덥고 성암산만 담담합니다 나는 걸으며 땀 흘리는데 산과 구름은 그냥 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산 그림자가 덥다고 중산지에 뛰어듭니다 뭉게구름도 덩달아 뛰어.. 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201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