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역에서 탄 무궁화호가 부산역에 길손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부산역 맞은편에서 시작되는 초량동 이바구길을 걸어 168 계단까지 올라보기로 했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였다. 역사를 나서는 순간부터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쌌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선다는 즐거움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말이다. 골목으로 접어들자 오래된 집과 담벼락, 벽화가 이어졌다. 화려한 관광지와는 달리 사람들의 오랜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길이다. 벽화골목을 지나 1892년에 세워진 초량교회 앞에 섰다. 오래된 석조 건물과 높이 솟은 십자가가 파란 여름 하늘 아래 유난히 선명했다. 조금 더 걸으니 드디어 168 계단이 나타났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팔랐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