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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동 이바구길과 초량 168 계단 하늘길을 걷다

경산역에서 탄 무궁화호가 부산역에 길손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부산역 맞은편에서 시작되는 초량동 이바구길을 걸어 168 계단까지 올라보기로 했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였다. 역사를 나서는 순간부터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쌌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선다는 즐거움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말이다. 골목으로 접어들자 오래된 집과 담벼락, 벽화가 이어졌다. 화려한 관광지와는 달리 사람들의 오랜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길이다. 벽화골목을 지나 1892년에 세워진 초량교회 앞에 섰다. 오래된 석조 건물과 높이 솟은 십자가가 파란 여름 하늘 아래 유난히 선명했다. 조금 더 걸으니 드디어 168 계단이 나타났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팔랐다. 6·..

부산 호천마을 - 호천문화플랫폼, 쌈 마이웨이 촬영지, 방재공원

부산 범천동 호천마을을 다녀왔다. 범천동 산비탈에 자리한 호천마을은 좁은 골목과 가파른 계단 산자락을 따라 층층이 들어선 집들이 부산 산복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시내의 풍경이 아름답고 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지인 호천문화플랫폼이 알려지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초량동 168 계단을 둘러본 뒤 87번 버스를 타고 삼화약국 정류장에 내려 파란색 모자이크로 장식된 가파른 180 계단을 올랐다. 햇볕이 무척 뜨거운 오늘이지만 새로운 곳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이 차올랐지만 기분은 가벼웠다. 계단을 올라 호천문화플랫폼에 도착했다. 하필 요즘 내부 수리 중이라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높은 곳에서 바라본 풍경..

대구문인협회 / 세 번째 합동 출판기념회 - 문학, 꽃길가다 (2/2)

수필 이규석 '당신 어디야? / 낭독 정지홍 시 김광숙 '공원의 날개' / 낭독 공미 시 권정숙 '먼 길' / 낭독 김점윤 동시 김보경 '틈' / 낭독 김선자 시 김도향 '능소화' / 낭독 김영애 시 노진화 '어지러진 달' / 이윤희 시 김종성 '당신은 푸른 빛을 닮았다' / 낭독 이형국 닫는 마당 - 시조 김용주 '모과나무가 있는 집' / 낭독 김용주

대구문인협회 / 세 번째 합동 출판기념회 - 문학, 꽃길가다 (1/2)

시민과 함께하는 2026년 세 번째 대구문인협회 합동 출판기념회 [문학, 꽃길가다]가 8월 20일 오후 3시 범어도서관 김만용, 박수년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문인과 시민들로 가득 차 새 책의 탄생을 축하했다. 마쯔에다 루미 씨의 엘렉톤 연주로 연 행사는 안윤하 회장의 개회인사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날 무대에서는 시, 수필, 동화, 시조 등 다양한 장르의 신간 16권이 소개되었다. 책 속에 머물던 시와 수필 동화의 문장들은 전문 낭송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만나 무대에서 다시 살아났다. 여혁동 시인이 자작시 '엄마의 김치'를 직접 낭독하며 낭송의 문을 열었고, 행사는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마당으로 이어졌다. 둘째 마당이 끝난 뒤에는 박수민의 가야금 연주가 고운 선..

제3회 여백문학회 시화전 - 여백, 시가 머물다

제3회 여백문학회(회장 곽명옥) 시화전이 영남대학교 의료원 호흡기센터 1층 로비 복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2026년 8월 18일부터 9월 18일까지 한 달간 이어진다. 8월 19일 오후 4시에는 [여백, 시가 물들다]라는 슬로건아래 조촐한 개막식이 열렸다. 병원 로비 복도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는 여백문학회 회원들과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내빈들이 함께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화려한 행사는 아니었지만 시와 그림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정겨운 자리였다. 이번 시화전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과 생명의 생동감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를 병원에서 마련한 데에는 뜻깊은 마음이 담겨 있다. 병원이 단순히 몸을 치료하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

가야진용신제를 올리는 양산 가야진사

늦은 오후. 양산의 마지막 답사지인 가야진사에 도착했다. 하루 동안 여러 곳을 돌아본 뒤라 몸에는 피로가 조그씩 쌓여 있었지만 차에서 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발걸음을 다시 가볍게 했다. 넓은 잔디밭 너머로 짙푸른 산들이 겹겹이 둘러서 있었다. 산자락은 마치 커다란 병풍처럼 가야진사를 감싸고 았었고 잔디밭 한가운데 놓인 작은 나무다리는 고요한 풍경 속으로 건너가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가야진사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붉은빛을 잃어가는 오래된 홍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에 씻겨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모습이 오히려 이곳의 연륜을 말해주는 듯했다. 화려하지도, 위압적이지도 않었다. 낮은 돌담의 단정한 기와지붕, 소박한 제단과 정자가 주변의 산세 속에 조용히 몸을 낮추고 있었다. 가야진사는 낙동강의 나루..

힐링 휴양지 - 양산 법기수원지

법기수원지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2011년에 일부 구간이 개방된 곳이다. 수원지 입구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히말라야시다였다. 높이가 30m를 훌쩍 넘는 거목들이 길 양쪽에 가지런히 도열해 방문객을 맞이했다. 곧게 뻗은 나무 사이로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짙은 나무 향기가 바람을 타고 밀려왔다. 마치 깊은 숲이 초록빛 문을 열고 우리를 안으로 불러들이는 듯했다. '하늘계단'이라 불리는 124개의 계단을 한 계단씩 올랐다. 수원지 둑에 오르자 눈앞에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푸른 산자락에 둘러싸인 수원지는 거울처럼 잔잔했고 그 물가에는 수령 190년가량의 '칠 형제 반송'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굵은 줄기에 힘차게 뻗어 나온 가..

아쉬움 속에 만난 고즈넉한 아름다움 - 양산 홍룡사 홍룡폭포

무덥던 날도 잠시 쉬어가던 날, 양산 홍룡사로 향했다. 천성산 골짜기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이곳은 예로부터 '영남 제일의 선원'이라 불릴 만큼 유서 깊고 아름다운 참선공간이다. 특히 이곳의 명물인 홍룡폭포는 상, 중, 하 3단의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웅장한 물줄기와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물보라가 자아내는 풍광이 일품이다. 대형버스로 간 여정이라 꽤나 발품을 팔고 올라간 홍룡사는 대웅전, 무설전, 관음전 등 소박한 전각들이 고즈넉하게 있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중건된 아픈 역사를 간직한 사찰 곳곳의 모습은 따뜻하고 정겨웠다. 경내를 둘러보고 폭포로 향했다. 오랜 가뭄 끝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바닥을 드러낸 계곡을 보니 실망감이 컸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야 할 홍룡폭포는 마치 가는 실을 꿴 듯 위태..

불보종찰 양산 통도사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양산의 무더위도 한풀 꺾인 듯, 구름도 적당히 볕을 가려주던 기분 좋은 날, 영축산 품에 안긴 통도사를 찾았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3보 사찰 중 하나인 불보종찰로 유명하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통도사로 향하는 길,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였다.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1.4km의 소나무 숲길은 이름 그대로 '바람이 춤추고 찬 소나무가 있는 길'이다. 길 양옆으로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마치 춤을 추듯 혹은 살아있는 용이 꿈틀거리듯 웅장한 터널을 이루고 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역동적이고 신비로운지 걷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소나무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솔향기와 발밑에 깔린 흙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