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人命)은 재천(在天) 이니까
양 재 완
대구에서도 얼마 전 건물 내부가 흔들릴 정도의 지진이 있었다. 경주와 포항에 큰 지진이 있고 난 뒤, 우리나라도 지진에 안전한 나라가 아니구나. 생각은 했지만, 막상 피부로 흔들림을 느끼니, 사람이 죽고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 갔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죽을 고비가 없었던 사람이 있겠느냐마는, 몇 번의 고비를 나도 넘겼다. 거창 금원산에서 2박 3일 캠핑생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곤이 겹쳐, 졸음운전으로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넘어갈 뻔한 일, 울산 신불산자연휴양림에서 파래소폭포로 꽁꽁 언 길을 아이젠도 없이 갔다가 수십 미터 높이인 폭포 상단에서 미끄러져 옆의 밧줄을 무의식적으로 잡지 못했으면 즉사할 뻔했던 일, 오토바이를 처음 타면서 사거리 한복판에서 중심을 못 잡아 버스와 버스 사이에 갇혔던 일 등을 생각하면, 죽음은 태어날 때 미리 정해져 있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어쩌다, 친구들과 생사(生死)에 관한 얘기가 나와도, “우리가 옛날에 살았으면 벌써 죽었을 나이인데, 무슨 미련이 아직도 있겠냐? 나는 지금 죽어도 행복하게 잘 살다 간다.”라고 할 거라 했다. 아무리 백세시대라 해도 아직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요즘은 의술(醫術)이 많이 발달되어 있고, 건강에 관심도 많아, 즐겁게,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이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즐겁게, 오랫동안 사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던가? 돈이 많으면 즐거울 것 같아도, 그 나름으로 사정이 있어 남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 경우가 있고, 아무리 장수하고 싶어도 건강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아, 하루하루를 시름에 젖어 사는 경우가 주위에 허다하다.
이런저런 경험과 주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뜻을 새기고, 신앙생활은 안 하지만, ‘수고의 열매. 즐기며 살라’는 성경 말씀을 잘 따르려고 한다. 블로그에 공자의 말씀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를 앞에 내세워, 즐기며 살려고도 한다. 날씨가 좋으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여행을 가고, 공공도서관의 문화강좌를 열심히 들으며, 하루에 만보 이상 걷기를 하면서 건강하게 즐기며 살려고 노력한다. 비록 철없이 살고 있지만.
북쪽에서 핵을 퍼트린다 해서 전 세계가 걱정해도 무덤덤하게 살아가며, 아무리 큰 사건이 터져도 조금만 지나면 잘 잊어버리는 성격의 우리 민족이다.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이 세상에 태어 난 우리는, ‘지진쯤이야’ 하며 가볍게 넘기고,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에 못 미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에 못 미친다’라는 말씀을 새기며, 주어진 인생을 즐기며 살았으면 한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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