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등 산 편/경산곡곡스토리텔링 40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 10 (자인장)(경산인터넷뉴스)

자인장 ‘바소쿠리’...자인장날 풍경과 사람들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12-28 오전 9:13:17 자인장은 나에게 그냥 오래된 시골전통시장이 아니다. 유년의 기억을 되돌려 주는 영화 한 편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래서 마음이 울적해지거나 어깨에 힘이 빠질 때면 굳이 장을 보러 간다는 이유를 만들어가며 그곳으로 발길이 향한다. TV에서는 아침부터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1천 명을 넘어섰다고 되풀이 방송하고 있다. 시장은 열린 공간이니 대형마트보다 안전할 것 같아서 이른 점심을 먹고 자인장으로 향했다. 계정숲 어귀에 들어서자 벌써 도로변에 주차된 차들이 즐비하다. 70, 80년대 지역에서 생산하는 복숭아, 사과, 포도 등 청과물을 위탁판매하던 청과시장이 기능을 잃고 주차장으로 변했다...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 9 (하양장날) (경산인터넷뉴스)

추억의 시간 여행, 하양장날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12-14 오후 3:42:49 ▲ 하양공설시장 전경 1. 하양장에 가면 사는 일이 심드렁하면 시장으로 가보라는 말이 장꾼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에너지가 넘쳐나는 곳, 온갖 물품과 먹거리, 사람이 모이는 곳이 장터가 아니던가. 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면 삶의 에너지가 솟아난다. 본래 생이란 저잣거리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곳이 장터이기도 하다. 눈으로 구경만 해도 즐겁다. 4일, 9일은 하양장날이다. 조산천을 중심으로 알록달록한 천막이 펼쳐지고, 다리 위에도 장사 차량이 서 있다. 오늘은 옷장사와 과자장사가 선점했다. 일명 ‘센빼이 과자’라 부르던 부채모양의 과자는 지금 보아도 침샘을 자극한다. 연유와 김을..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 8 (경산상엿집) (경산 인터넷뉴스)

국가 민속문화재 경산상엿집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11-27 오후 5:13:06 ▲ 국가지정 중요 민속문화재 제266호 경산상엿집 ◆ 상엿집과 상여 어릴 적 살았던 고향 마을에도 상엿집이 있었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외딴곳에 폐가나 헛간 같은 허름한 집이었다. 이웃 마을 친구 집에 놀러 가려면 거쳐야 하는데 지나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걸음도 빨라졌다. 아이들은 그곳에 귀신이 산다고 했다. 어른들도 인적이 드문 그곳에 가지 말라고 했다. 어느 순간 그 집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허물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철이 들면서 그곳이 상여를 보관하던 상엿집이란 걸 알았다. 마을에 초상이 나면 초성 좋은 마을 어른이 앞소리로 상여를 인도했다. 앞소리는 상주뿐만 ..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 7 (구룡마을) (경산인터넷뉴스)

천상의 동네, 구룡마을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11-14 오전 10:35:16 ▲ 하늘 아래 첫 동네....구룡마을 1. 하늘 아래 첫 동네 구룡마을 가는 길에 만추의 풍경이 펼쳐진다. 진갈색의 참나무 숲과 붉은 홍단풍이 어우러진 골짜기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풍경은 첼로와 바이올린의 화음처럼 화려하고도 그윽하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고 돌아 귀방우골 마을을 지나 구룡산을 향해 꽤 넓은 분지가 나타난다. 그곳이 경산의 오지마을이자 천주교 성지인 구룡마을이다. 구룡산은 이름 그대로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산이다. 해발 675미터, 차에서 내리니 사방천지가 산이다. 가까운 산은 붉은 물감을 쏟아부은 듯 단풍이 익어가고, 멀리 보이는 산자락은 회청색으로 물결친다. 동해 용왕의 셋째 딸이 ..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 6 (하양 무학로교회) (경산인터넷뉴스)

경산의 명물이 된 ‘하양 무학로교회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10-30 오후 2:45:40 ▲ 하양 무학로 교회 ◆ 본질에 충실한 작고 아름다운 예배당 경산에서 하양으로 오고 간 지가 10년을 훌쩍 넘었다. 자동차를 타면 30분 만에 충분히 갈 수 있지만, 목적이 없으면 잘 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목적이 없어도 간다. 경산시청에서 압량읍을 거쳐 환상리 묘목단지를 지나 대부 잠수교에 이르면 유유히 흐르는 금호강과 봄에는 유채꽃, 청보리가, 가을이면 코스모스, 홍초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해질녘 강가에 서면 노을은 더욱 장관이다. 나는 할 일 없이 이곳을 자주 서성인다. 하양 무학로교회 야외 예배당에 앉아 스피커를 통해 고요히 흘러나오는 성가에 귀를 기울이며 묵상에 들기도 한다...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 5 (경흥사) (경산인터넷뉴스)

절집의 고요가 그리운 사람은 ― 동학산 경흥사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10-14 오후 5:27:06 ▲ 동학산 경흥사 절집은 적요하다. 스님도 보살도 보이지 않고 햇살과 바람만이 절집을 지킨다. 경흥사는 언제 가도 고요하다. 문명의 현란함과 세상의 번잡함이 싫을 때 자주 들리는 절집이다. 경산시내에서 차로 2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이런 고찰이 있는 줄 아는 이는 드물다. 남천면 산전리 모골은 골이 깊다. 동학산에서 흘러내리는 수량이 풍부한 물이 사시사철 계곡을 적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골에는 굿당이 있었다. 전란이 발생하거나 시대가 어지러울 때 민초들은 자연에서 상처를 위로받고 삶의 희망을 얻으려했을 것이다. 한때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 평상에 앉아 복날이면 ..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 4 (성암산) (경산인터넷뉴스)

경산의 진산(鎭山), 성암산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09-28 오전 8:59:01 ◆ 탐방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다 ▲ 성암산 탐방로 오랜만에 찾은 성암산은 여전히 나를 반겨준다. 산을 배경으로 아래쪽 도로변에는 식당과 찻집이 즐비하다. 초입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오르니 대구 부산 간 고속도로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문득 지난날 고속도로 구간이 이곳을 지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경산시민들이 반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경산 사람들은 예로부터 성암산을 지역민을 지켜주는 진산(鎭山)으로 여겨왔다. 대구시와 경계를 이루며 도시의 서쪽을 아늑하게 에워싸고 있다. 그리 높지 않아 1~2시간이면 충분히 정상에 닿을 수 있어 시민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이어진다. ▲ 경산시 현충공원 옛 기억을 더..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3 (남천강) (경산인터넷뉴스)

남천강은 흐른다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09-15 오전 10:18:54 ▲ 남천강변 1. 경산의 역사와 함께 흘러온 남천강 강둑길을 걷는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자갈의 감촉과 소리가 정겹다. 강에 대한 동경은 무의식에 각인된 결핍이었다. 강변으로 거처를 옮긴 나는 날마다 강변으로 나갔다. 봄이 되자 남천 강변의 풍경이 날마다 달라졌다. 흙이 있는 곳에는 틈새에도 파릇한 새싹이 돋아났다. 개나리를 시작으로 민들레, 꽃다지, 벚꽃까지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의 향연 앞에 시민들은 강변으로 몰려나온다. 옥곡동 아파트 단지 옆 강변도로와 경산여성회관 앞 강둑에는 4월 초가 되면 벚꽃길이 펼쳐진다. 연분홍 벚꽃이 꽃구름처럼 피어오르면 남천강에도 피라미들이 떼를 지어 군무를 춘다. 벚꽃잎이 난분분 흩날..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2 (남매지) (경산인터넷뉴스)

남매지에는 남매가 있었네!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08-31 오전 8:59:50 ▲ 경산의 센터럴파크가 된 남매지. ◆ 시민휴식처 남매공원 연잎이 푸르다. 구겨진 한지같이 말려있던 잎이 벌어져 넓은 품이 하늘을 받들고, 속살을 드러낸 꽃잎이 연밥을 밀어 올리며 여물어 간다. 지루한 장마를 건너온 연잎은 처연하다. 남매지에 연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된 기억은 아니다. 경산 자인에서 대구의 학교로 통학하면서 버스 안에서 내다본 남매지는 그냥 평범한 저수지였다. 본래는 저수지를 동서로 가르는 도로가 놓여 있었다. 도로 아래 남북으로 물이 서로 흘러 모이도록 다리를 놓았다. 시외버스를 타고 그 도로를 지나 대구로 오갔다. 그때는 길을 사이에 두고 작은 못과 큰 못으로 나누어져 있어 남..

경산곡곡 스토리텔링에 사진을 싣다 - 1 (토산지) (경산인터넷뉴스)

진량의 랜드마크, 토산못 [경산곡곡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2020-08-18 오전 10:55:35 ▲ 토산못둑 아래 넓은 들에는 아파트와 공원이 들어서고 옛 시가지에도 고층건물이 보인다. 토산못에 서린 백성의 한 토산못은 늘 그 자리에서 나의 귀향을 반긴다. 진량을 고향으로 둔 사람에게 토산못은 존재의 은유이자 뿌리와 같은 곳이다. 진량읍 초입에 들어서면 왼쪽 언덕에 진량중·고등학교가, 오른쪽에 진량산업공단으로 향하는 도로가 있다. 그 도로를 끼고 진량읍 행정복지센터와 작은 공원, 아파트단지가 있다. 1991년 진량산업공단이 조성되기 전에는 나지막한 앞산이 토산못에 산 그림자를 드리우던 조용한 마을이었다. 진량면 소재지에서 성장한 나는 날마다 토산못을 바라보면서 학교를 오갔다. 겨울방학이면 토산못에서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