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동의 발효이야기] 무증자 맑은 막걸리, 조율이시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의 한 종류로 소주, 맥주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고 인기있는 술 중의 하나이다.막걸리는 쌀, 보리, 밀, 옥수수 등 전분질 재료를 물로 불리고 찐 다음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후 체로 거르고 물을 부어 술고수를 조정하여 마시는 백색의 탁한 전통 술이다. 최근에는 주로 쌀을 재료로 발효하고 있다.
쌀의 외피와 종피를 제거시킨 백미의 호분층에 함유된 단백질을 깎아 내거나 가능한 한 많이 씻어낸다. 호분층에 많이 함유된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단백질이 분해된 아미노산은 발효 중에 퓨젤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퓨젤유는 에탄올보다 탄소수가 1개 적은 메탄올이나 1~4개 정도가 많은 알코올류, 이소아밀알코올, 이소부틸알코올, n-프로필알코올 등으로 숙취의 주 원인물질이다.
쌀의 내배유에는 아밀로스가 20%, 찰기를 지닌 아밀로펙틴이 80%가 함유되어 있다. 이들 성분은 물에 녹지 않고 가라않는 전분으로 막걸리 발효의 기질이 된다. 아밀로스는 포도당이 여러 개의 원자가 한 줄로 길게 이어진 짜임새로 연결되어 있으며, 아밀로펙틴은 아밀로즈가 나뭇가지 모양으로 결합하고 있다.
◆불린 쌀을 증자하지 않고 분쇄한 생쌀로 만든 막걸리
생 전분은 전분 체인이 단단한 돌처럼 엉킨 미셀(고분자 물질과 같은 비결정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미소결정 입자)을 형성하여 규칙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나 찐 밥을 지으면 미셀구조가 풀어져 호화전분이 된다. 즉, 전분과 전분의 수소결합을 전분-물-전분의 형태로 호화되어 효소작용이 쉽게 일어난다. 하지만 막걸리 제조공정 중 쌀을 찌고 식히는 공정은 손이 많이 가는 가장 번거로운 공정이다.
누룩은 곰팡이와 세균들이 생육을 위해서 몸 밖으로 내놓은 효소가 함유된 효소제다. 주 효소인 알파아밀라아제(α-amylase)는 전분 체인을 무작위로 절단하며, 베타아밀라아제(β-amylase)는 비환원성 말단부터 맥아당 단위로 절단한다. 감주가 되는 원리와 같다. 이 두 효소의 복합작용으로 전분이 당화한다. 막걸리 발효는 누룩이 다당류를 단당류나 이당류로 바뀌는 당화작용을 하고 효모는 당을 이용해 알코올을 생성하는 병행복발효주다.
불린 쌀을 증자하지 않고 분쇄한 생쌀로 막걸리를 제조할 수도 있다. 이것을 무증자 발효라 한다. 무증자 발효는 리조푸스 속(Rhizopus) 또는 아스프길루스 속(Aspergillus)의 곰팡이가 생성하는 글루코아밀라아제에 의하여 당화가 일어난다. 이 효소는 아밀로즈의 α-1,4 결합이나 아밀로펙틴의 α-1,6결합의 비 환원성 말단부터 포도당 단위로 절단하는 효소로 한계 덱스트린(limit dextrin)을 적게 남기는 특성이 있으며 증자하지 않은 체 물에 불려 가루로 만든 쌀로써 발효가 가능하다.
즉, 물에 침전하여 불린 쌀을 가루로 만든 후 물과 시판 무증자 메주(글루코아밀라아제 생성 미생물을 번식시킨 메주) 또는 무증자 정제효소와 효모를 넣어 발효한 것이 무증자 막걸리다. 일반 메주에는 당화효소 외에도 다양한 효소류와 미생물이 존재하는 반면에 정제효소에는 글루코아밀라아제 단일의 효소가 들어 있어 퓨젤유와 같은 불순물의 생성량이 적으며,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고두밥으로 만든 막걸리보다 쉽게 맑아지는 특성이 있다.
◆맑은 막걸리 "조율이시"
쌀이 보리쌀보다 영양도 우수하고 값도 비싼데도 불구하고 쌀 막걸리보다 보리로 만든 맥주가 더 비싼 이유는 주세가 높기 때문이다. 맥주의 주세는 1L당 830.3원인데 비해 막걸리는 41.7원에 불과하다. 가격 경쟁력을 높여 전통 막걸리를 살려보려는 배려이긴 하지만 가격으로 품질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도 고려해야한다. 또한 전통은 꾸준히 발전 계승시켜야 한다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막걸리는 살아있는 술로서 보존성이 짧고, 침전물이 생기며 깔끔한 맛보다 텁텁한 맛이 강한 술이다. 살아있는 효소와 젖산균을 비롯해 발효에 쓰이지 않은 재료의 성분들이 고스란히 남아 영양원이 된다. 하지만 영양과잉으로 오는 각종 질환이 영양의 부족에서 오는 것보다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막걸리의 소비량을 위축시킨 것은 아닐까. 맥주도 처음에는 막걸리처럼 탁한 술이었다. 그러나 맑게 여과하고 호프 같은 소재를 넣는 등 끊임없는 보완을 거듭한 끝에 오늘의 맥주로 발전한 것이다.
가정용 맥주발효가 유행하면서 한때는 침전물이 가라앉은 채 맑은 윗물만 조심스레 따라 마시는 이가 많아졌다. 명절이나 기일이 되면 조상의 제상에 술을 올리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제상에 필수로 올리는 대추(棗), 밤(栗), 배(梨), 감(枾)을 가미한 맑고 저장성이 높은 막걸리를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칭 맑은 막걸리 "조율이시"는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막걸리는 대개 2단 담금으로 발효한다. 1단 담금에서는 곡류에 아스퍼길루스 가화치(A. kawachii)를 번식시킨 백국(白麴) 또는 누룩과 주모를 넣어 담금 한 후 4~5일간 국과 누룩의 효소를 우러나오게 하며 효모를 활성화시킨다. 2단 담금에서 비로소 고두밥을 넣으며 국 또는 누룩을 보완하고 가수하여 최종적인 발효를 한다. 발효가 완료되면 체로 그러고 가수하여 알코올 농도를 조정하고 맛 조정을 함으로서 막걸리가 된다. 재료를 씻어내는 과정이나 증자, 국을 만드는 과정은 장비, 노임, 기술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공정이다.
무증자 맑은 막걸리,"조율이시"의 제조법을 살펴보면, 재료로 쌀, 무증자 정제효소 또는 무증자 누룩, 건조효모를 준비한다. 먼저 쌀 1 kg을 맑은 물이 나올 때 까지 씻어낸 후 하룻밤동안 불린다. 믹서로 갈고 물을 빼낸 후 한말들이 용기에 붓는다.
다음에 대추, 찐 밤, 배, 감을 적절히 혼합하여 믹서로 갈아 넣은 후 무증자 정제효소 1.5~2g과 건조효모 1~2g을 넣고 20℃에서 약 10일간 발효한다. 다음에 2~3겹의 면포로 여과한 후 병에 넣고 60℃에서 10분 살균하면 침전물이 없고 보존성이 높은 제상에도 올릴 수 있는 맑은 막걸리 "조율이시"를 얻을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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