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의 상림공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기다림'이었습니다. 물가를 따라 난 길은 조용히 이어지고 잔잔한 수면 위로는 흐린 하늘과 나무들이 겹겹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아직 짙은 초록으로 물들지 않은 나무들은 마치 봄을 한 박자 늦추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상림은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공원이 아니라 시간을 품고 스스로 숨 쉬는 숲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엇을 보았는가 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머물렀는지가 더 또렷하게 남습니다. 숲을 나서며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언가를 이루기보다, 조용히 머물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 그날의 상림은 완연한 봄이 아니어서 더 좋았습니다. 아직 다 오지 않은 계절 속에서 나는 이미 충분한 봄을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