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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상림공원 - 천연기념물 제154호

함양의 상림공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기다림'이었습니다. 물가를 따라 난 길은 조용히 이어지고 잔잔한 수면 위로는 흐린 하늘과 나무들이 겹겹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아직 짙은 초록으로 물들지 않은 나무들은 마치 봄을 한 박자 늦추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상림은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공원이 아니라 시간을 품고 스스로 숨 쉬는 숲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엇을 보았는가 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머물렀는지가 더 또렷하게 남습니다. 숲을 나서며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무언가를 이루기보다, 조용히 머물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 그날의 상림은 완연한 봄이 아니어서 더 좋았습니다. 아직 다 오지 않은 계절 속에서 나는 이미 충분한 봄을 만나..

함양 일두 정여창 고택 - 국가민속문화유산

함양 일두 정여창 고택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온 것은 '고택'이라는 말보다도 그 안에 흐르는 시간의 깊이였습니다. 솟을 대문에 걸린 충 . 효 정려 편액들이 묵묵히 세월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은 이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한 집안의 정신을 이어온 자리임을 말해 주는 듯했습니다.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동선 하나에도 오래된 질서가 살아 있었습니다. 곧장 마주하는 일각문과 비스듬히 이어지는 사랑채의 배치는 낯설지 않으면서 절제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특히 사랑채에 일러서는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문헌세가' '충효절의''백세청풍'이라 적힌 글귀들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 집을 지탱해 온 삶의 기준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안채로 들어서는 길은 또 다른 느낌이었..

남계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사적 제499호)

사적 제499호. 조선 명종7년(1552)년에 개암 강익(姜翼)이 문헌공 정여창(鄭汝昌)을 기리기 위하여 창건하고 남계서원이라 칭하였는데 서원으로서는 백운동서원(소수서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 사액된 서원으로 명종21년(1566)에 사액서원이 되었다. 숙종3년(1677)에 문간공 정온(鄭蘊)을 배향하고 숙종 15년(1689)에 강익을 배향하였다. 또, 별사(別祠)에 뇌계 유호인(兪好仁)과 송난 정홍서(鄭弘緖)를 배향하였다가 고종 5년(1868)에 별사를 훼철하였다. 2019년 7월 6일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에서 함양 남계서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최종 등재 하였다. 문우들과 함께 남계서원에 들어섰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았었으나 오히려 그 ..

욱수천 수양벚꽃이 절정이다

수양벚꽃이 수줍게 고개를 숙인 욱수천에는 청춘남녀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꽃잎처럼 흩날린다. 수줍은 고백처럼 피어난 개나리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벚꽃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엔 어느새 잊고 지내던 설렘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늘어진 가지 사이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걸리고 부모님의 뒷모습 위로는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는다. 노란 개나리 물결과 우아한 수양벚꽃이 어우러진 이곳, 욱수천은 이제 가족 모두에게 잊지 못할 봄의 기억을 선물하는 소중한 명소가 되었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생기가 돋아나는 봄을 맞다

순천만국가정원을 다녀왔습니다. 정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수로를 따라 유유히 미끄러지는 유람선이었습니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배 위에서 사람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그 풍경 자체가 하나의 움직이는 수채화였습니다. 유람선의 활기를 뒤로 하고 걷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봄꽃들이 주인공으로 나섰습니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산책로를 수놓고 있었습니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꽃잎들은 마치 관광객들의 화사한 옷차림과 경쟁이라도 하는 듯했고, 정원 전체가 꽃과 사람의 미소로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꽃길을 따라 걷다 보니 세계 각국의 정취를 담은 세계 정원들이 차례로 나타났습니다. 나라마다 고유한 미학이 담긴 조형물과 식생들의 이국적인 풍경은 걷는 즐거움을 ..

정지용문학관과 정지용 생가 - 실개천 끝에 피어난 영원한 노래를 따라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입가에 가만히 맴도는 노랫말을 따라 발걸음이 닿은 곳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향수鄕愁를 노래한 옥천군 하계리.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다. 먼저 발길을 옮긴 곳은 초가지붕이 정겨운 정지용 생가였다.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얼룩배기 황소와 초가 두 채는 시인이 나고 자란 곳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세상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소년 지용의 모습이 그려졌다. 비록 세월에 씻겨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집 앞을 흐르는 실개천의 물소리는 여전히 시인이 읊었던 '지줄대는 소리' 그대로 흐르고 있는 듯했다. 생가를 나와 바로 옆에 이웃한 정지용문학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인자한..

2025 신소장품 보고전 - 대구미술관

《신소장품 보고전》은 대구미술관이 2025년 수집작품 총 71점 중 2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서동진 외 20인이며 기간은 2026. 2. 10 - 8.9 이고 제6 전시실에서 전시되고 있다. 근대미술 작품의 경우 서동진의 , 박명조의 , 정점식의 등이 소개된다. 기존에 소장하지 않았던 소재와 시기, 조형적 국면을 보완하는 작품들이다. 또한 1980년대 대구미술에서는 새로운 형상이 등장했던 경향에 주목해 김일환, 박용진, 송광익, 이국봉의 수집 작품이 소개된다. 이들의 작품은 형상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개인의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시대의 현실을 응시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2024-2025년 미술관의 주요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던 권오봉의 , 이기칠 와 함께 와엘 샤키의 아시아 최..

원동벽화마을 - 세월을 덧칠하다

양산 원동 순매원의 매화를 구경하고 대구로 가는 기차시간에 여유가 있어 잠시 원동벽화마을을 둘러보았다. '7080 만화 벽화거리'라 표시된 골목으로 들어서자 벽화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굽이도는 골목을 따라 시간도 천천히 걸음을 늦춘다. 골목길 벽 위에는 지워지지 않는 노래 한 소절씩 남아 있는 듯하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벽화를 오래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떠나도 벽화는 오늘도 조용히 세월을 덧칠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 탓에 골목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나온 것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원동역

축제를 앞두고 찾아간 - 양산 원동 순매원 (2026. 3.5)

양산 원동 매화축제가 일정을 당겨 3월 7일, 8일에 열린다. 그날의 혼잡을 예상하여 3월 5일 순매원을 다녀왔다. 그동안 몇 번을 와 본 곳으로, 매화도 좋지만 경부선 열차를 만나러 오는 목적이 더 크다. 먼저 전망대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순매원으로 내려가 한 바퀴 돌아본 후 다시 전망대로 올라와 기차를 기다렸다. 기약 없이 기다리는 기차를 보기 위해 멀리 인천에서도 오는 걸 보면 소문은 확실히 난, 사진 찍기 명소인 것은 확실하다. 날씨가 청명하지 못하여 아쉬움은 있었지만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가는 기쁨은 컸다. 모든 일에 100% 만족한다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나에겐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고 미소 지으며 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낙동강 기슭누가 이토록 하얀 숨결을 몰래..

2026년 벚꽃 개화시기 - 웨더아이 제공

올해 벚꽃 개화, 평년보다 2~7일 정도 빠를 듯서귀포에서 3월 25일 시작해서 서울에서 4월 3일경 개화 □ 올해 벚꽃 개화시기는 전국이 평년보다 2~7일 정도 빠르겠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년보다 2~6일 정도 일찍 벚꽃이 피기 시작하겠고, 중부 일부 지역에서 평년보다 7일 빠른 시기에 벚꽃이 개화하겠다.작년과 비교하면 남부지방은 작년보다 0~3일 빠르겠고, 남서부 일부 지역은 1일 느리겠고, 중부지방은 작년보다 0~4일 정도 빠른 시기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겠다.○ 벚꽃은 3월 25일 서귀포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3월 25일∼4월 2일, 중부지방은 4월 7일,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및 산간지방은 4월 8일 이후에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벚꽃의 절정 시기는 개화 후 만개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