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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동의 발효이야기] 노(老) 찻잎으로 만든 후 발효차

무철 양재완 2022. 1. 16. 07:21

[김순동의 발효이야기] 노(老) 찻잎으로 만든 후 발효차

                                                                매일신문 특집부 weekly@imaeil.com
 
 

찻잎에는 카테킨, 에피카테킨, 에피카테킨 갈레이트, 에피갈로카테킨,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 플라보노이드 등 다양한 폴리페놀과 타닌, 카페인 등이 들어있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정신을 맑게 한다. 또, 폴리페놀 성분들은 항산화 작용을 한다. 이같이 차는 정신과 육체를 함께 다스리는 기능이 있어 다도(茶道)의 매체가 된다.

카테킨과 그 동족체들은 떫은맛을 띠며 다이어트 기능이 있으나 소화성이 낮아 내적 부담을 준다. 또 녹차에는 소량이지만 과산화수소가 함유되어 있다(Ayabe & Aoshima, Food Chem, 104, 2007). 이러한 문제점 등으로 세계인의 80% 이상이 발효차를 마신다.

차를 발효하면 카테킨을 비롯한 폴리페놀 성분은 발효기질이 되어 산화, 중합한다. 이렇게 페놀성 수산기가 제거됨으로서 보다 순한 맛을 띠게 되며 소화성도 높아진다. 찻잎을 시들게 하거나 문지르기 등으로 세포벽이 손상되면 세포질과 색소체에 존재하던 폴리페놀옥시다아제와 탄네이스가 빠져나와 기질을 산화하는 발효가 일어나며 폴리페놀의 중합체인 테아플라빈과 테아루비긴 같은 붉은 색상을 지닌 새로운 기능성 물질이 생성된다.

이 같은 발효는 찻잎 자체의 효소로 이루어지며, 기질의 1/2을 발효한 것이 반 발효차(우롱차)며, 자체 효소로 가능한 모두를 발효한 것이 완전발효차(홍차)이다. 녹차는 덖음 과정을 통해 효소를 불활성화 시킨 비 발효차이다.

찻잎 자체의 효소만으로 찻잎에 있는 타닌이나 폴리페놀 같은 발효기질을 모두 발효시키기는 어렵다. 남은 기질을 더욱 많이 발효하려면 탄네이스나 폴리페놀옥시다아제를 분비하는 미생물 또는 이들을 함유하는 효소제로 장시간 발효시켜야 한다. 이것이 후 발효차다. 후 발효차는 녹차, 우롱차, 홍차보다 타닌과 폴리페놀의 발효도가 높으며 이들이 가지는 관능기가 더욱 많이 산화, 중합되어 검은 색의 흑차(black tea)가 된다.

후발효는 건식법과 습식법이 있다. 건식법은 먼저 녹차 제조에서와 같이 찻잎을 시들게 하기와 문지르기를 한다. 두껍고 질긴 3겹의 세포벽 속에 차의 주요 성분이 갇혀 있어 쉽게 우려낼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발효를 일으키는 효소를 조직과 이탈시켜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다음에 찜 솥을 사용하여 수증기로 1시간 이상 쪄서 미생물을 쉽게 불러들여 잘 번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다음에 공기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자연 발효시킨다.

습식법은 건식법에서와 동일한 방법으로 조직을 손상한 찻잎을 봉처럼 쌓아두고 그 위에 두꺼운 천으로 덮어 온도 25℃, 습도 95%로 15~20일간 발효한다. 미생물이 원하는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발효가 끝나면 건식법에서 같이 찌고 제형을 하여 숙성시킨다.이렇게 만든 후발효차에는 아스퍼길루스 니가, 아스퍼길루스 글라우쿠스, 페니실륨, 리조푸스, 사카로마이세스, 박테리움속 미생물이 분리된다. 즉, 이들 미생물이 후 발효에 관여하는 셈이다. 근래에는 순수 분리한 미생물을 접종하여 비교적 단시간에 발효하는 경향이다.

어린 찻잎으로 만든 차는 맛이 좋고 품질이 우수하지만 수확하기 어렵고 수확량도 적어 가격이 높다. 한겨울에도 차나무에 달려 있는 노(老) 찻잎은 차의 주요 성분들을 많이 함유하는데도 불구하고 쓸모없이 버려지고 있다. 이러한 찻잎은 태양광을 많이 받아 세포벽 섬유질이 많고 질겨 차를 만들기 어렵고 만든다하더라도 영양성분이 잘 우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노 찻잎과 순수 분리한 모나스커스 필로수스를 이용하여 후발효차를 제조한 한 사례를 소개한다. 모나스커스 필로수스는 항암 기능성의 붉은 색소와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모나콜린 K를 생성하는 기능성 곰팡이다.

이 후발효차의 제조는 ① 시들게 하기와 문지르기를 대신하여 건조한 노 찻잎을 분말로 만든다. ② PD(potato dextrose) 액체배지에서 배양한 균주 배양액을 물로 희석하여 분말 양에 대하여 40% 되게 넣어 반죽한다. ③ 25℃에서 15일간 발효한다. ④ 찜 솥을 사용하여 한두 시간 찐 후 적정한 형태로 만들어 1개월 동안 숙성시켜 후 발효차를 얻는다.

이 후 발효차는 체내 콜레스테롤 생합성에 관여하는 HMG-CoA 환원효소를 저해하는 모나콜린 K 함량이 건물 100g당 30~50mg이 검출되며, 모나스커스 속 곰팡이가 가끔 생성하는 독성물질인 시트리닌과 과산화수소는 검출되지 않는다. 또 폴리페놀과 타닌 함량이 적다. 테아플라빈과 테아루비긴 함량은 우롱차나 홍차보다 높다.

항산화 활성은 녹차보다는 낮으나 체내 활성산소 생성계 효소인 잔틴산화효소의 활성을 크게 저해함으로써 체내 활성산소의 생성을 막는다. 차 맛은 순하며 부드럽고, 단맛과 감칠맛이 있으며, 항비만 효과는 녹차보다 크게 높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