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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동 교수의 발효이야기] 노루궁뎅이 버섯 균사체로 발효한 옻 차

무철 양재완 2022. 1. 28. 13:45

[김순동 교수의 발효이야기] 노루궁뎅이 버섯 균사체로 발효한 옻 차

                                                      매일신문 특집부 weekly@imaeil.com
 
 

스님 한분이 차(茶)를 연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옻나무 차(茶)라 하면서 벽돌모양의 시커먼 덩이차를 봇짐에서 꺼내 손수 차를 우려내어 마셔보라 권했다. 하지만 한때 옻이 올라 얼굴이 붓고 온몸이 가려워 고생했던 일이 떠올라 선 듯 마실 수가 없었다. 낌새를 알아차린 듯, 이 차는 옻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면서 차를 만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암자 뒷산에 자생하는 옻나무 가지를 잘라 만든 톱밥을 포대에 가득 넣어 곡간에 두었더니 일 년 남짓 지나자 동전보다 작고 둥근 갓을 쓴 황갈색의 버섯이 포대를 뚫고 나와 자랐다 한다. 톱밥은 균사체가 한 덩어리로 뒤엉켜 있어 부스러트리고 찐 다음 벽돌 모양의 덩이로 만들어 말렸더니 옻이 오르지 않는 검붉은 차가 되었다 한다.

스님은 심한 위장병으로 통증과 함께 정신적인 고통으로 고생을 하던 중에 이 차를 물 대신으로 몇 년을 마셨더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완쾌되었다 한다.

버섯은 자연의 청소부라 일컬을 정도로 다양한 효소를 분비한다. 특히 나무를 구성하는 성분들을 효소적으로 분해하여 영양원으로 이용하면서 특유의 성분들을 합성한다. 버섯은 종에 따라 잘 번식하는 수종(樹種)이 있으며 온습도가 맞으면 미생물처럼 빠르게 번식하는 진균류(眞菌類)에 속하는 담자균(擔子菌)이다. 송이와 능이는 활물기생(活物寄生: 살아있는 나무에 기생)을 하는 반면 나머지 대부분은 사물기생(死物寄生: 죽은 나무에 기생)을 한다. 사물기생 버섯은 대개 참나무 톱밥에 미강, 수수, 기장, 조 등의 잡곡류를 5~20% 혼합한 배지에서는 잘 자란다.

옻나무에는 우루시올이라는 독성성분을 함유하여 대부분의 버섯은 잘 자라지 않지만 잘 자라는 버섯으로 참옻나무버섯과 칠황 버섯이 있다. 그러나 스님이 발견한 버섯은 이들 버섯과 색상은 비슷하나 갓의 크기가 다르다고 하며, 살려두지 못한데 대해 크게 아쉬워했다.

노루궁뎅이버섯

옻나무는 목질부와 외피에 피세틴(fisetin)과 푸스틴(fustin)이라는 기능성 플라보노이드가 들어있다. 또 수지(樹脂)에는 설푸레틴(sulfuretin)과 부테인(butein)을 비롯한 70여종의 플라보노이드가 우루시올(urushiol)과 공존한다. 우루시올은 카테콜(catechol)의 3번 탄소에 15~17개의 탄소가 연결된 지방족 사슬이 연결되어 있다. 이 사슬에 이중결합의 수가 2개 이상 되거나 사슬의 길이기 길수록 알레르기의 발생률이 높아진다(McGovern & Barkley, Bot Dermatology, 1998).

카테콜의 수산기는 우루시올 옥시다아제(urushiol oxidase)나 공기 중에서 산화하여 반응성이 높은 퀴논(quinone)으로 전환되며 이량체(dimer) 또는 그 이상의 중합체를 만들며, 단백질과 결합하기도 한다. 또 측쇄의 이중결합을 수소로 포화시키거나 효소적 또는 비효소적으로 분해하면 독성이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섯을 이용한 옻나무 발효 타깃의 첫째는 우루시올의 독성을 제거하는 것이며, 둘째는 버섯의 기능성을 발효물에 부가하는 것으로 가령, 영지버섯을 발효에 이용한다면 영지버섯이 지니는 항암작용, 항산화 및 정력증강효과를 부가할 수 있으며, 상황버섯으로는 항암 및 면역기능을, 느타리버섯은 항요통 및 항암작용을, 표고버섯은 항암, 폐질환예방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증강, 노루궁뎅이버섯은 항위염, 기억력 향상, 치매예방과 치유, 역류성 식도염 개선을, 새송이는 신경안정과 피부미용, 팽이는 항암과 항콜레스테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칠황버섯은 옻나무에 잘 자랄 뿐만 아니라 상황버섯보다 높은 항암효과를 부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버섯이 옻나무의 독성을 제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을 가지고 있으나 아까시재목 버섯이 생성하는 효소, 라카제(laccase)가 우루시올의 독성을 제거한다는 자료가 있다(농진청, 2013).

필자는 당시에 스님이 경험한 이름 모를 버섯을 구할 수 없어 보관중인 노루궁뎅이 버섯 균사체를 이용하여 옻나무 톱밥의 발효를 시도한 바 있다. 건조한 옻나무로 만든 톱밥에 5%의 포도당을 함유하는 10% 감자 열수추출을 톱밥무게에 대하여 40%(v/w)되게 부어 반죽한 후 내열성 폴리플로필렌(polypropylene) 병에 채워 넣고, 지름 2cm, 길이 18cm의 둥근 막대기를 가운데 꽂아 121℃에서 한 시간 동안 살균한다.

다음에 무균상으로 옮겨 식힌 후 막대기를 뽑아낸 구멍에 PD배지(potato dextrose broth)에서 배양한 노루궁뎅이 버섯 균사체 배양액을 접종하여 25℃ 30일간 발효했다. 이것을 다시 증자한 후 벽돌모양으로 제형 하여 5개월 동안 말리면서 숙성시켜 노루궁뎅이 버섯 옻 차를 만들었다.

우려낸 옻 차는 여린 흑갈색으로 옻이 오르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구수한 후미가 있는 품격이 있는 차가 되었다. 또 베타글루칸의 함량이 높고 항산화활성이 시판 발효차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항암효과를 찾는 등의 추가적인 실험은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