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뒤적이다 남천으로 걸음 했다 왜가리의 식사장면이 아직도 인상적이다 겨울의 포근하던 날씨가 며칠 또 춥건만 산책객의 발걸음은 여전히 바쁘고 파크골프장도 예나 지금이나 북적인다 영대교에서 정겨운 징검다리를 지나는데 반가운 왜가리가 내 앞으로 날아 앉더니 찬 바람에 얇은 깃털이 펄럭이건만 미동도 하지 않고 물속만 주시한다 식사할 생각에 기분마저 좋아 보인다 먹잇감을 낚아채는 그 아찔한 순간을 놓칠세라 카메라를 든 나도 꼼짝 마라다 묵언수행默言修行하는 스님처럼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열반涅槃의 경지다 반시간이나 기다렸지만 물소리와 시간만 흐르고 소출所出은 없다 여기는 나와 인연이 아니다. 저녁밥이 기다리는 또 다른 인연 찾아 그는 떠나고 나도 집으로 돌아섰다 남천의 영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