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고 양 재 완 각박한 요즈음에도 꿩 먹고 알 먹는 일이 있을까? 어느 날 아파트 로비에 워크온에 관한 전단지가 있어 호기심으로 스마트 폰에 앱을 깔고 가입했다
워크온(walk on)이란 스마트 폰에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걸음수와 구성원 간 랭킹 순위를 볼 수 있어 건강과 재미가 함께 하는 걷기 모바일 앱(app)이다.
나의 일과 중 빠짐없이 잘 이행하고 있는 것은 걷기 운동이다. 만보를 기준으로 잡는데 내 걸음걸이로 8km 걸으며,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올봄 달서구에서 수성구로 이사 오기 전에는 달성습지 금호강변길을 걸었는데, 1km 간격으로 거리 표시가 되어 있어 손가락으로 셈을 하며 걸은 결과의 수치이다. 이사 와서도 제일 먼저 찾은 것이 걷기길 코스였다. 다행히 사월역 부근의 집 옆으로 걷기길이 잘 조성된 욱수천이 있어 처음엔 개울 따라 걷다가, 지금은 경산 남천의 보도교까지 이어서 걷고 있다.
욱수천과 남천을 걷다 보면 오리 떼들이 유유히 물위를 흐르고, 비둘기는 사람이 오건 말건 제 먹이 쪼기에 정신이 없고, 갈대는 지나가는 바람과 어울려 노느라 흥겹게 온몸을 흔든다. 연인들은 나란히 어깨를 감싸고, 할머니는 어린 손자 엎어질라. 연방 조바심을 내며, 새댁은 강아지님을 모시고 다니고, 걷기 전용길 인데도 얼굴에 철판을 깐 사람은 자전거로 쌩 달린다.
얼마 전에는 아저씨 한 분이 부인과 딸의 도움을 받으며 힘겹게 걸음마 연습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본인 몸 하나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곧추세우지 못하더니, 몇 주가 지나면서 보조 보행기로 아주 느리게나마 혼자 걷는 모습이 눈에 띄어, 나 자신이 걷는 것 이상으로 기뻤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노력한 그 눈물 나는 결실에, 인간의 의지와 삶에 대한 욕구를 걸으며, 걸으며 생각했다.
평소 자극받을 일이 별로 없는 휴식기의 사람에게, 워크온은 은근히 경쟁심을 유발하게 시켜 자칫 느슨해 질 수 있는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걷기 운동의 생활화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일러준다. 스마트 폰에 앱 하나 깔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얻음을 꿩 먹고 알 먹는 일과 비교하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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