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족 생 활 편/나 의 글 방

(수필) - 선물

무철 양재완 2017. 12. 24. 22:13





                                                                     선  물

                                                                                                        무철  양 재 완

 

아침에 눈을 뜨면 창 너머 성암산에서 눈부신 햇살 한 줌 보낸다. 베란다 정원의 일일초, 국화, 시클라멘, 부채꽃, 백일홍이 방긋방긋 미소를 머금고, 연못의 금붕어가 살랑살랑 꼬리치며 윙크를 보낸다. 포근한 아침이다. 매일 매일 받지만 받을 때마다 따뜻하고 행복한 선물이다.

 

일어나는 시간이 식사 시간이고, 책 펴는 순간이 공부 시간이며, 운동화 끈 질끈 매면 체육 시간이고, 친구 만나 술 한 잔 하며 떠드는 것이 사회생활 시간인, 자유로이 쓰고 있는 이 모든 시간은 내가 아껴 써야 할 소중한 선물이다, 사용할 때마다 고맙지만, 과용하는 경우가 있어 미안할 때가 종종 있다.

 

날 낳으시고 키우실 때 고생 하시어, 이렇게 큰 탈 없이 잘 살게 해 주신 부모님과, 철없는 사람과 여태껏 살면서 좋으나 싫으나 평온한 가정을 잘 이끌며 함께 세월을 엮어가는 집사람은, 위대하고 감사한 선물이다. 또한, 보탬을 크게 주지 못 했어도 스스로 잘 자라 안정된 생활을 하며, 항상 부모 걱정하는 두 아들 내외와 손주들은 가장 큰 버팀목이자 희망이며,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보석 같은 선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남에게 봉사하라. 자주 가는 모임이 있으면 그 모임의 총무를 맡아하라. 그것이 봉사다. 남들이 싫어하는 자리니까이런 이야기를 어느 방송국에서 듣고, 나도 모임의 총무를 자천, 타천으로 몇 군데 맡고 있다. 물론 내 뜻대로 일이 안 될 때도 있지만, 내 수고로 인하여 모임의 구성원들이 수고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해 줄 때면 마음이 기쁘고 흐뭇함을 느낀다. 내 마음을 전하고 친구들의 마음을 되돌려 받는 귀찮지만 즐거운 선물이다.

 

선물이란 물건을 주고받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속에 마음이 담겨 있나 없나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마음을 주고받는 것도 소중하지만,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것도 가끔은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것을 필요로 느끼지 전에는 별로 선물로 여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날씨만큼 차가운 연말에 따뜻한 마음을 듬뿍 담은 선물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사회는 더욱더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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