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인의 숨결 경주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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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경주 둘레길경주는 넓게 펼쳐진 평야를 비롯해 호수와 산, 바다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사계절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그뿐 아니라 천년 신라부터 조 선 시대로 이어지는, 오랜 세월을 품은 유적지들이 고스란히 남아 살아 있는 박물관 역할을 한다. 경주 곳곳을 지나는 10개의 둘레길에서는 이 같은 도시의 매력을 모두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빼어난 풍경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여유를 만끽하고, 때로는 찬란한 역사 속 문화와 역사의 숨결을 느끼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보자.
#1시내권역
신라의 궁성이 있던 월성을 중심으로 신라 왕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주역사유적지구와 신라 이후의 천년 경주를 상징하는 주요 유적이 모여 있는 경주읍성 주변 그리고 선덕여왕이 잠든 낭산에 이르기까지. 경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중심부의 길을 따라 걷는다.
신라 이후의 경주 역사를 잇는 길, 경주읍성길코스 바로보기
신라의 천년 고도로 잘 알려진 경주. 하지만 신라 이후의 역사와 이를 상징하는 유적은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주 시내에서 신라 이후 지방통치의 중심지 역할을 한 경주읍성을 중심으로 고려 시대 객사인 동경관, 조선 시대 태조의 어진을 모셨던 자리 등 오랜 세월을 견뎌온 크고 작은 유적들을 찾아보자. 오가는 사람들과 현대식 건물 사이에서 신라부터 조선까지 이어지는 경주의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법장사
대릉원 후문 맞은편에 위치한 법장사는 규모는 아담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깊고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법장사 대웅전은 옛 경주 동헌 건물의 일부인 일승각을 복원해 사용하고 있으며, 중문 역시 일승각의 대문으로 추정되는 옛 월성군청의 정문을 옮겨 지은 것이다.
서봉총/금관총
대릉원 지구의 북쪽, 시가지 중심부의 노서리고분군에 속한다. 금관총은 1921년 가옥 공사 중에 금관과 각종 공예품이 대거 출토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표주박 모양의 쌍무덤인 서봉총은 1926년 스웨덴 황태자 구스타브 아돌프 6세가 발굴 조사에 참여해 스웨덴을 뜻하는 한자 ‘서瑞’를 넣어 이름 붙였다.
경주문화원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이 걸려 있던 종각이 보존돼 있고, 옛 관아 건물을 향토사료관으로 운영하며 조선 시대 경주의 문화와 유물을 전시한다. 향토사료관 뒤에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66호로 지정된 수령 500년의 동부동 은행나무가 서 있다.
동경관
동경관은 고려 시대 때부터 사신단과 중앙 관리들이 머무는 객사로 사용한 곳이다. 광복 이후 건물이 헐리면서 서헌을 현재의 자리로 옮겨 세웠는데, 지붕의 오른쪽은 기존 팔작지붕을 그대로 두고, 왼쪽은 맞배지붕 형태로 증축해 특이한 비대칭 모양을 띠게 되었다.
집경전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지은 전각인 집경전이 있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 집경전은 불타고 영정은 소실되었지만, 이 자리에는 '집경전구기集慶殿舊基’라는 정조의 어필이 새겨진 비석과 석축 구조물 일부가 남아 있다.
향일문
신라 시대까지 월성이 경주의 중심이었다면,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행정, 생활, 군사 기능을 담당한 읍성이 경주의 중심부 역할을 했다. 성내로 통하는 사대문이 자리했다고 전해지지만 모두 소실되었다. 최근 동문인 향일문이 100m 남짓 남아 있던 성벽과 함께 복원되어 천년 고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성동시장
1971년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경주의 삶을 함께하고 있다. 푸짐한 먹거리가 다양하게 모여 있는데, 손맛이 듬뿍 담긴 반찬들을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는 한식 뷔페와, 짭짤하게 조린 우엉을 김밥과 곁들여 먹는 우엉김밥이 특히 유명하다.
경주역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완행열차를 타고 경주를 방문한다면, 기와지붕과 격자무늬 천장이 인상적인 한옥 형태의 경주역에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1918년부터 지금까지 여행객을 반갑게 맞아주고, 지역민에게는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다정한 쉼터가 되어준다.
대릉원에는 능陵, 총塚 그리고 분墳이 있어요. ‘분’은 파장자를 알 수 없는 대부분의 무덤을 부를 때, ‘능’은 파장자를 비교적 확실히 추정할 수 있는 무덤을 부를 때 사용해요. ‘총’은 발굴 과정에서 유의미한 유물이 나와 특징이 확실할 때 붙인다는 사실!
자연에 안긴 역사의 향기, 선덕여왕길코스 바로보기
명활성에서 진평왕릉으로 향할 때는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꽃나무가 끝없이 이어지는 오솔길을 지난다. 진평왕릉은 보통의 왕릉처럼 화려한 장식 대신 크고 작은 나무에 둘러싸여 찾아온 이들을 편안하고 넉넉하게 품어준다. 푸르른 잔디밭에 앉아 잠시 쉬어 가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황복사지삼층석탑과 선덕여왕의 능으로 걸을 때는 너른 논밭을 가로지르며 드넓은 평야와 먼 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자연이 선사하는 다양한 풍경과 함께 조용히 거닐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정이다.
명활성/겹벚꽃 산책길
신라는 내륙으로는 고구려와 백제의 침입에, 해양으로는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수도를 방어하기 위한 산성을 쌓았다. 그중 석축 산성인 명활성은 전략적 요충지로서 동쪽 관문에 위치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주역사유적지구 중 하나로, 돌이 차곡차곡 쌓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발굴장 뒤로 이어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성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산성 아래로는 보문단지가 내려다보인다.
진평왕릉
진평왕릉을 중심에 두고 동쪽에 명활산, 남쪽에 보문사터, 서쪽에 낭산이 솟아 있다. 사적 제180호인 진평왕릉은 신라 제26대 진평왕의 능묘로 631년경에 조성됐다. 구황동 삼층석탑의 동쪽, 넓은 평야 한가운데에 있으며, 원형 토분 주위로 자리한 나무 몇 그루가 마치 왕릉을 지키고 서 있는 듯하다.
황복사지
황복사지 사찰의 흔적으로 유일하게 남은 황복사지 삼층석탑은 1,3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구황동을 지켜왔다. 2단으로 된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세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석탑이지만, 1934년 석탑 안에서 국보 금제여래입상, 금제여래좌상 등이 발굴되었다.
선덕여왕릉
신라 최초의 여왕이자 27대 왕인 선덕여왕의 능이다. 높이 6.8m에 지름 23.6m의 둥글게 흙을 쌓은 원형 봉토 무덤으로, 밑둘레에 자연석을 이용해 2~3단의 돌을 쌓았다. 사천왕사 위 낭산의 정상에 위치하며,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4월 중순쯤에는 명활성에서 진평왕릉을 잇는 숲머리길에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요. 불국사와 보문호수에 비하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경주의 봄기운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신라 문화의 중심지에 서서, 신라왕경길코스 바로보기
한 나라가 존재하는 동안 수도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신라 왕실은 어떻게 서라벌에서 오랜 세월 기세를 펼칠 수 있었을까? 경주시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신라 왕경의 핵심 유적을 복원하고 정비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성덕왕을 기리는 자손들의 마음이 깃든 신라대종이 재현되었고, 신라 역대 왕들의 궁궐이 있던 자리인 월성에는 흔적만 남은 성터를 발굴·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신라 시대 왕들의 삶을 짐작하며 걷다 보면, 과거 신라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찬란하던 신라의 중심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듯하다.
신라대종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을 현대적 기술로 재현한 종이다.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35대 경덕왕때 만들기 시작해 36대인 혜공왕 때 완성되었다. 1,200여 년 동안 서라벌 전역에 울려 퍼졌으나 1992년 타종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울리지 않게 되었다. 경주시가 성덕대왕신종의 정신과 가치를 이은 새로운 종을 주조한 것이다.
대릉원 돌담길
돌담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따뜻한 봄이면 아름다운 벚꽃 터널을 이룬다. 돌담길 사이사이 아름다운 시를 새겨넣은 패가 걸려 있어 여유롭게 돌담길을 걸으며 잊었던 문학적 감성도 채울 수 있다.
첨성대
국보 제31호로,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신라 시대의 천문 기상 관측대다. 받침대 역할을 하는 기단 부위에 술병 모양의 원통 부를 올리고 맨 위에 정자형 정상부를 얹은 모습이며, 높이는 약 9m다. 신라 선덕여왕 때 세운 것으로 추측되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월성
사적 제16호로, 신라 궁궐이 있던 도성이다. 성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 하여 ‘반월성’이라고도 부른다. 언덕 위에 흙과 돌을 이용해 반월형 성을 쌓았는데, 이곳에 신라 역대 왕들의 궁성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드넓은 초록 들판이 펼쳐져 있어 풍경을 바라보며 한적하게 걷기 좋다.
동궁과 월지
동궁과 월지는 신라 조경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동서 길이 200m, 남북 길이 180m인 월지는 남서쪽의 둘레는 직선인데 반해 북동쪽은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되어 있다. 특히 동궁과 월지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조명을 받아 호수에 반사되는 풍경은 잊을 수 없는 경주의 추억을 선사한다.
경주 땅 아래 잠든 신라 왕경의 자취를 찾는 과정을 조금 더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발굴 현장에 직접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월성이랑’ 프로그램을 통해 출토 유물을 직접 보면서 발굴 진행 과정에 관한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2보문·동해안권역
경주의 동쪽을 아우르는 지역에는 걸음마다 물과 산이 있다. 명활산 옛 성터 아래 조성된 165만m²의 보문호수에 봄이 오면 벚꽃이 만개하고, 하서항과 읍천항을 잇는 바닷길에는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가 길게 뻗어 있다. 함월산을 따라 이어진 과거 신문왕이 행차하던 길도 발견할 수 있다. 물과 산을 곁에 둔 보문·동해안권역에서 경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이 지역이 품은 오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마음을 틔우는 크고 둥근 길, 보문호반길코스 바로보기
보문호수는 경주시 동쪽 명활산 옛 성터 아래에 만들어진 인공 호수로, 165만m²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호수를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잘 조성돼 있으며, 봄이면 줄지어 서 있는 벚나무에서 아름다운 꽃비가 내려 수많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순환 탐방로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쉬어 갈 수 있는 벤치와 쉼터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경주동궁원 (식물원, 버드파크)
보문관광단지 초입에 자리한 경주동궁원은 <삼국유사> 속 ‘동궁과 월지’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조성된 사계절 테마 관광 시설이다. 크게 동궁식물원과 버드파크로 구성되며 동궁체험관, 야외 정원, 음악분수 등의 부대시설이 있다. 소중한 식물자원 400여종 5,500본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다. 그 중 버드파크는 커다란 새 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새들을 만지고 어깨에 올려보고 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체험형 화조원이다.
사랑공원
가을이면 사랑공원을 가득 메운 풍성한 핑크뮬리밭이 사람들을 반긴다. 사랑공원은 보문호수의 최북단에 있으며,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포토 존으로 유명하다. 공원 끝에는 하트 모양의 조형물들이 있어 인증 샷 찍기에도 좋다.
수상공연장
보문호수 수상공연장에서는 보문호수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낮과 밤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알록달록한 색의 공연장 의자가 호수 건너편에서부터 눈에 띈다. 호숫가 정취와 음악의 선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호반광장
보문호의 중심인 호반광장. 광장 앞 호수 위에 나란히 정박해 있는 오리배를 타며 가족 혹은 연인과 오붓한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너울교
보문관광단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2013년 준공되었다. 아치형 상부 구조가 멋스러우며,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교량을 건너면 넓게 펼쳐진 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 물너울교 시작점에는 작은 소공원도 조성돼 있어 산책 코스로 거닐기 좋다.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세계의 자동차를 테마로 한 박물관으로, 자동차의 역사와 그에 따른 인류 산업 문화의 변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경주월드
1985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장한 역사 깊은 놀이공원이다. 다양한 놀이 기구를 갖추고 있으며, 지금은 경주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보문호수 바로 옆에 위치해 가족과 호숫가를 걷다 들르기에도 그만이다.
경주타워
보문관광단지의 거대한 랜드마크 경주타워. 황룡사구층목탑을 음각화해 지은 전망대로, 높이가 목탑과 같은 82m에 이른다. 전망대에 오르면 보문관광단지와 보문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문호수 주변에는 경주월드나 경주동궁원,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그리고 다양한 호텔이 있어요.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각자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계획을 짜보면 어떨까요?
드넓은 바다로 뻗은 주상절리의 절경, 파도소리길코스 바로보기
경주 양남면의 하서항과 읍천항을 잇는 길이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걷다 보면 세월이 겹겹이 쌓인 아름다운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여러 가지 모양의 주상절리가 모여 있는 이곳 양남 주상절리군은 세계적으로 드문 부채꼴 형상의 주상절리가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되었다.
읍천항
하얀 등대와 항구 이름의 자음을 따서 만든 귀여운 ‘ㅇㅊㅎ’ 동상부터 바닥에 파도 모양으로 박아놓은 지압 자갈까지. 여느 항구와 다른 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근처에는 골목마다 동화적이고 창의적인 그림이 이어져 생기가 넘쳐나는 벽화 마을이 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 전망대
부채꼴 주상절리 바로 옆에 우뚝 솟은 전망대로, 청정 동해 바다와 해안을 따라 줄지어 있는 주상절리의 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또한 주상절리에 관련한 교육 자료와 전시가 마련돼 있어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주상절리
주상절리는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바다와 차가운 공기를 만나 수축하며 육각, 오각, 사각 기둥 모양을 띠는 암석이다. 파도소리길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뿐 아니라 솟아오르고, 기울어지고, 누워 있는 다양한 주상절리가 모여 ‘주상절리 야외 박물관’이라 불린다.
출렁다리
읍천항 인근의 나무다리다. 길이가 짧아도 이름처럼 꽤 많이 출렁거리니 절대 얕봐선 안 된다. 다리 위에 서면 등대와 주상절리가 어우러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하서항
방파제가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고, 그 끝에는 커다란 ‘사랑의 자물쇠’ 조형물이 서 있다. 많은 이가 바다와 자물쇠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추억을 간직한다. 방파제 벽면에는 신라의 충신인 박제상에 관한 일화가 그려져 있다.
평탄한 해안 산책길이라 누구든 쉽게 걸을 수 있을 거예요. 주상절리는 물론 거대한 해안 암석 틈에 비죽 자라난 소나무처럼 자연의 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천연 건축물’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요. 몽돌길을 지날 때는 작은 돌탑 위에 나의 소망도 올려보면 어떨까요.
바다와 마을에 안긴 정겨움, 감포깍지길 1구간코스 바로보기
감포깍지길 1구간 중에서도 전촌항부터 송대말등대까지를 잇는 코스로, 부드러운 소나무 숲 능선을 따라 기이한 해식동굴인 용굴을 만나고, 정다운 어촌 마을을 지나면서 다양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감포항에 다다르면 근처의 해국길도 들러보자. 오래된 골목에 남은 일제 강점기의 적산 가옥과 해안 절벽에 피는 해국海菊이 그려진 벽화를 바라보면 어려운 시절을 버티며 살아온 감포 사람들의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촌항/용굴
경주의 작고 평화로운 항구 전촌항. 해안가로 이어진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푸른 바다 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용굴을 만날 수 있다. 전촌항은 전촌솔밭해변과도 멀지 않아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며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감포항
일제강점기부터 번창하던 아름다운 항구 감포항. 어느덧 많은 어선이 드나드는 동해 남부의 중심 항구가 되었다. 항구 앞에는 재래시장이 들어서 있으며, 문무대왕릉에서 감포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에는 횟집이 늘어서 있다.
송대말등대
감은사지삼층석탑을 형상화한 등대로, 1955년 6월 30일 처음 점등했다. 송대말은 감포항 북쪽에 위치하는 곳으로, 지역명을 본떠 등대 이름을 지었다. 수령 300~400년의 긴 세월을 견디며 무성하게 자란 소나무 숲이 등대 옆을 지키고 있어 관광객 사이에 사진 명소로 꼽힌다.
해국길
전촌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작은 벽화 마을로, 1920년대 개항 후 일본인 이주 어촌이 형성되어 다수의 일본 어민이 촌락을 이루며 살던 흔적이 남아 있다. 적산 가옥과 신사 등 근대 역사를 만날 수 있으며, 해국 벽화로 가득 메운 골목길을 따라 거닐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감포깍지길은 아름다운 동해안의 절경과 감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알리기 위해 조성되었어요. 길을 걷다 보면 감포읍민들과 깍지를 끼고 함께 걷는 듯한 따스한 정이 느껴집니다. 특히 해국길은 발걸음을 옮길수록 좁은 골목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요, 다음에는 어떤 길이 나올지 상상하며 길을 걸어보세요.
발걸음마다 깃드는 역사의 숨결, 기림사 왕의 길코스 바로보기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되어 신라를 지키고자 한 문무왕의 장롓길이자, 신문왕이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 대왕암으로 향하던 길이라 ‘신문왕 호국행차길’이라고도 불린다. 길 위의 지명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울창한 나무 사이 오솔길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신문왕이 따르던 충과 효, 그리고 이 길을 거닐던 선조들의 오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모차골/수렛재
모차골은 예부터 마차가 다니던 곳이라 하여 ‘마차골’이라 불리다가 이름이 바뀌었다. 수렛재 또한 수레가 넘던 고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가파른 산길을 마차와 수레가 어떻게 다녔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옛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세수방
수렛재를 넘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지나면 세수방에 다다른다. 동해의 용에게 만파식정과 옥으로 만든 허리띠를 받아서 돌아오던 신문왕이 긴 여정에 잠시 쉬며 개울에서 손을 씻었다고 한다.
불령
조선 순조는 아들 효명세자의 묘에 사용할 제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곳의 나무를 베지 못하게 했다. 이를 의미하는 ‘연경묘 향탄산인 계하 불령봉표’라는 글귀가 비석에 새겨져 있다. 부왕의 명을 받아 대리청정을 하며 정치 개혁을 시도했지만 22세에 요절한 효명세자의 슬픈 운명이 기록된 곳이다.
용연폭포
어디선가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려온다면 여정의 끝이 보인다는 뜻이다. 용연폭포에는 문무왕의 수중릉에서 동해의 용에게 만파식적과 옥으로 만든 허리띠를 받은 신문왕이 돌아오는 길에 옥대의 장식 하나를 시냇물에 담그니 진짜 용이 되어 승천하고, 그 자리에 깊은 연못과 폭포가 생겨났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
기림사
삼국시대 천축국의 승려 광유가 창건한 사찰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국가 유물로 지정된 독특한 반가상 형태를 취하고 있는 건칠보살반가상과 신라 말기의 석탑 양식을 나타내는 응진전 앞 삼층석탑 등의 소중한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등산길을 통해 호국행차길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처음부터,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기림사에서 출발해 용연폭포를 감상하고 다시 돌아오는 코스가 좋아요.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하얀 바람개비, 토함산바람길코스 바로보기
토함산 옆에 위치한 조항산 정상부의 경주 풍력발전소 인근 산책길이다. 풍력발전소까지는 꽤 가파른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야 하니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 풍력발전소 주차장 아래 산등성이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을 걸으면 굽이치는 능선과 푸르른 하늘로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저 멀리 바람개비처럼 보이던 풍력발전기도 도착해서 보면, 생각보다 크기가 어마어마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문무대왕릉, 감포 바다에서 석굴암, 불국사로 가는 길에 있어 하루 일정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경주풍력발전소
경주풍력발전소는 토함산 자락에 조성돼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토함산 자락에 놓인 풍력발전기가 마치 누군가 그려놓은 듯한 멋진 풍경화 같다. 노을이 지는 황혼 녘, 발전소 주위를 따라 난 길에 세워진 바람개비들이 바람에 따라 발전기와 함께 돌아가며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토함산자연휴양림
경주 3대 성산의 하나인 토함산 남쪽 기슭 깊은 계곡에는 소나무 등 침엽수림 외에 여러 품종의 활엽수와 수목이 자생하는 토함산자연휴양림이 있다. 5.18km의 등산로를 비롯해 숲속 완만한 경사면에 야영장, 숲속의 집, 삼림욕장, 전망대, 물놀이장, 캠프파이어장 등을 갖추고 있어 숲속에서도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불국사
기억 속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이자 경주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적지 중 하나인 불국사. 신라인의 불국을 향한 염원을 담아 신라 시대에 창건한 사찰로 석가탑, 다보탑, 대웅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토함산 기슭에 자리한 불국사는 사계절 그 정취가 뛰어나지만, 특히 봄에는 겹벚꽃이 주위를 둘러싼다. 경주풍력발전소에서 걷기에는 다소 먼 거리라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약 16분 정도 소요된다.
석굴암
국보 제24호이자 1995년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은 신라인의 충성과 지혜로 만들어진 하나의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수리와 보수가 이루어진 만큼 귀중한 유적지다. 종교성과 예술성 면에서도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석굴암의 조각상인 본존불상을 관람해보자. 불국사와 인접한 석굴암 역시 걷기에는 거리가 먼 편이라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약 16분 정도 소요된다.
어슴푸레 해가 떠오르는 새벽 시간이나 붉은 노을이 물드는 저녁 시간, 언제 방문하는지에 따라 풍경이 달라요. 밤에는 쏟아질 듯한 별들이 하늘 가득 은하수를 이루는 광경을 볼 수 있답니다. ‘바람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람이 아주 세게 부니 겉옷을 챙기면 좋아요.
#3남산권역
신라의 역사는 남산에서 시작해 남산에서 끝맺었다. 시조 박혁거세가 탄생한 나정부터 신라의 종말을 상징하는 포석정까지 만날 수 있는 곳. 남산은 13개의 왕릉과 150개의 절터 그리고 120점의 불상, 96개의 석탑 등 각종 유적지와 유물이 산재한 하나의 대형 야외 박물관과 같다. 남산권역을 따라 걸으며 천년 역사를 간직한 신라의 발자취를 쫓아보자.
천년 신라의 이야기를 만나다, 동남산 가는 길코스 바로보기
경주 동남산을 중심으로 한 둘레길로, 걷다 보면 신라와 통일신라를 잇는 역사 속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자식의 효심이 담긴 춘양교지, 삼국 통일에 공을 세운 신라 장군과 왕의 영정을 모신 통일전, 왕을 해하려는 계략을 막는 데 도움을 준 쥐와 까마귀의 설화가 담긴 서출지까지. 머릿속으로 옛이야기의 흐름을 그려보며 발걸음을 옮겨보자. 동남산 일대에는 부처골 감실불상, 미륵골 마애여래좌상 등 신라 불교 문화재가 많이 모여 있으니 그 흔적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경주 남산에 보존된 신라 석불 가운데 가장 오래된 불상으로, 삼국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토굴을 파고 들어가 참선하는 듯한 형태로 인자한 미소의 불좌상이 화강암 바위 안에 새겨져 있다. 다루기 쉽지 않은 암질을 깎아 만든 감실의 깊이가 무려 1m에 달한다. 이 불상으로 인해 이곳의 계곡 이름을 ‘불곡’이라고 부른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
1907년 한국경영묘포장으로 시작한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 들어서면, 오랜 세월 가꿔온 아름다운 산림이 드넓게 펼쳐진다. 경주 남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산림의 효율적 경영 및 보호를 위해 힘쓰며, 매해 30만 명가량의 관람객에게 산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산림과 자연이 선사하는 유구한 아름다움을 만끽해보자.
통일전
삼국시대에 신라가 통일한 것을 기리며 1977년에 남북통일에 대한 우리 민족의 의지와 염원을 담아 건립했다. 통일전이 위치한 남산은 화랑이 심신을 갈고닦은 신라의 성산이자 천년 서라벌 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통일전에 오르는 길을 따라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태종무열왕 사적비, 문무대왕 사적비, 김유신 장군 사적비, 삼국통일기념비가 유독 마음 한자리에 남는다. 가을에는 통일전 아래로 은행나무 길이 펼쳐진다.
서출지
경주 남산 동쪽에 위치한 삼국시대 못으로, 신라 제21대 소지왕 때 이 못에서 나온 노인이 바친 편지 이야기로부터 이름이 붙었다. 못과 함께 조선 후기에 세운 이요당 정자가 소담하고 고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한여름, 서출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를 따라 배롱나무꽃이 펴 마치 화폭 속을 걷는 듯하다.
남산동 동서삼층석탑
경주 남산을 배경으로 탑 2개가 마주 보는 형태로 서 있다. 통일신라에 조성된 2개의 탑 중 남산과 가까운 탑이 서탑, 길과 가까운 탑이 동탑이다. 모두 형식을 달리하는 이형 석탑으로, 통일신라 시대 일반적이던 동서쌍탑의 양식과 다른 점이 특징이다. 나란히 있으나 서로 조금씩 다른 2개의 탑을 조우해보자.
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남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 유적을 코스별로 안내하는 ‘경주남산유적답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의 문화유산에 담긴 의미를 안다면, 그 아름다움이 더욱더 생생하게 전해질 거예요. 경주남산연구소 홈페이지(kjnamsan.org)를 통해 무료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라의 시작과 끝을 따라 걷는 길, 삼릉 가는 길코스 바로보기
40여 개의 골짜기가 굽이치는 남산은 예부터 신라인들이 신성시하는 대상이었고, 그 역사가 지금도 곳곳에 서려 있다. ‘동남산 가는 길’에서 남산의 동쪽을 따라 걸었다면, ‘삼릉 가는 길’은 신라의 흥망성쇠를 모두 담은 남산의 서쪽 부분을 둘러보는 코스다. 알에서 태어난 비범함으로 서라벌을 건국한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깃든 나정, 그와 그의 왕비가 잠든 능이 있는 오릉 그리고 신라가 가장 번성했던 헌강왕 시기의 연회 장소인 포석정지. 신라의 시작부터 가장 흥했던 시기를 지나 저물어가는 순간까지, 모든 역사를 지켜본 땅 위를 담담히 거닐어보자.
월정교
교촌마을 앞으로 유려하게 흐르는 남천 위를 가로질러 역사와 전통이 깊은 월정교가 있다. 통일신라 시대에 세운 교량인데, 조선 시대에 유실된 이후 2018년 4월 국내 최대 규모의 목조 교량으로 복원했다. 밤에는 교량을 비추는 조명이 켜져 한층 고귀한 자태의 월정교를 만날 수 있다.
오릉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알영 왕비, 제2대 남해왕, 제3대 유리왕, 제5대 파사왕 등 5명의 분묘라 전해진다. ‘사릉蛇陵’ 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유적지에 비해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으로 차분하게 사색하기 좋다.
양산재
6부 촌장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양산재는 양산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사당이다. 신라 제3대 유리왕은 6부 촌장들의 신라 건국 공로를 기리기 위해 6부의 이름을 고치고 각기 성을 내렸는데, 이곳에서 신라 초대 여섯 성씨이씨, 최씨, 손씨, 정씨, 배씨, 설씨가 탄생하고 각기 시조 성씨가 되었다.
일성왕릉
신라 7대 일성왕의 무덤인 일성왕릉은 둥글게 흙을 쌓아 올린 높이 5.3m의 원형 봉토분으로, 중단에 있는 석상은 후세에 설치한 것이다. 경주 남산 자락 아래 소나무 숲이 우거져 경치가 아름다운 명소다.
나정
사적 제245호로 지정된 나정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났다는 전설이 깃든 우물이다. 박혁거세를 기리는 유허비를 비롯해 신궁터로 추정되는 팔각건물지, 우물지, 담장지, 배수로 등이 지금도 보존돼 있다.
지마왕릉
사적 제221호로, 삼국시대 신라 제6대 지마왕의 능. 지마왕은 23년간 재위하며 가야, 왜구, 말갈의 침입을 막았다.
포석정지
경주 남산 아래 사적 제1호로 지정된 포석정지는 화강암으로 수로를 만든 구조물이다. 신라 시대 별궁에 있던 곳으로, 통일신라 시대에 연회 장소로 쓰인 것으로 여겨진다. 돌에 홈을 파 물이 흐르게 한 뒤,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연회를 즐겼다고 한다.
삼릉
사적 제219호로, 경주 남산 서쪽 기슭에 3개가 나란히 붙어 있어 삼릉이라 부른다. 입구에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조성돼 있으며, 새벽 안개가 내려앉을 때의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에도 좋은 코스입니다. 하지만 코스의 마무리인 삼릉에 다다르면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우거진 솔숲을 걸어보세요. 안개가 자욱하게 낀 새벽녘, 소나무 사이로 햇빛이 번지는 한낮,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눈이 쌓인 설경 등 모든 순간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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