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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동의 발효이야기] 김치의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 물질

무철 양재완 2021. 9. 11. 14:13

[김순동의 발효이야기] 김치의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 물질

매일신문 배포 2021-09-10 14:30:00 | 수정 2021-09-09 16:52:54

◆매운맛의 종류

김치의 매운맛은 주로 고추의 캡사이신(capsaicin)과 디하이드로캡사이신이 내는 맛이다. 이 외에도 무나 양배추, 갓의 메르캅탄이나 아릴이소지오시아네이트, 생강의 진개론과 쇼가올, 마늘과 양파의 알리신, 부추, 파, 양파의 디비닐슬파이드 , 디알킬슬파이드, 프로필알릴 슬파이드 등도 매운맛을 띤다.

원래 맛은 물질이 혓바닥의 미공(味空)으로 흘러들어가 미뢰(味蕾)의 미각신경을 자극하였을 때 느낀다. 그러나 매운맛 성분은 비수용성 물질로 정상적인 맛이 아니다. 날카로운 바늘 같은 것으로 세포조직을 자극하였을 때 느껴지는 통감(痛感)이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혓바닥을 자극하는 뜨거운 매운맛이며, 무나 갓, 겨자의 아릴이소지오시아네이트의 매운맛은 코끝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매운맛(sharp taste)이다.

◆매운맛의 생성과정

고추의 캡사이신은 씨가 달리는 태좌(placenta)에서 생합성 되어 격벽(membrane) 을 따라 이동하여 캡사이신 땀샘(capsaicin glands)을 통해 나와 종자를 보호하는 방어물질이다.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이 광(光)하에서 활성화되는 PAL(phenylalanine ammonialyase) 이라는 키(key) 효소의 작용으로 ρ-쿠마르산이 된 후 몇몇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생성된 바니닐아민과 측쇄지방산 생성경로로 생성되는 8-메틸-6-난앤오일코에이와 결합하여 생성되는 최종 대사산물이다.

무나 양배추, 갓, 겨자에 들어있는 시니그린은 포도당이 결합한 배당체로 무미, 무취이며 매운맛이 없다. 그러나 조직이 손상되면 세포 속의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가 이탈되어 나와 매운맛을 띠는 아릴이소지오시아네이트를 생성한다. 마늘의 알린도 무미, 무취의 성분이지만 썰거나 다지는 등으로 조직이 손상되면 강한 매운맛을 띤다. 조직이 손상될 때 알리나아제 라는 효소가 작용하여 매운맛의 알리신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소금의 짠맛이 조직 속으로 스며들면 세포내의 각종 성분들이 빠져나오며 매운맛을 비롯한 양념 유래의 성분들과 서로 평형을 이룬다. 또 발효에 의하여 생성된 젖산, 초산, 알코올, 탄산가스 등과 서로 맛의 조화를 이루어 발효 전에 느끼던 비교적 강한 소금의 짠맛이 크게 준다. 이들 매운맛 성분들은 불쾌취를 띠는 알데히드와 알코올류 등 김치 내 70여종의 향미성분(차용준, 1993)을 상쇄하거나 억제 또는 변조시켜 조화된 맛을 내게 한다.

발효 중에 생성된 알코올류는 불용성의 매운맛을 녹인 채 젖산, 초산, 각종 유기산 및 지방산들과 결합하여 에스테르를 만들어 김치 특유의 향미가 된다. 또, 조직의 모세관속으로 깊숙이 스며든 탄산의 짜릿한 맛을 상승하는 작용도 한다. 고추, 마늘, 생강, 무 등의 자극적인 매운맛은 이 같은 작용을 통해 둥글어지고 순한 매운맛으로 변하며 특정 젖산균의 생육을 촉진하여 기능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치의 매운맛 성분들은 김치에서는 물론 인체 내에서도 대부분이 항산화작용을 한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체내 활성산소종의 소거작용을 하며,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지방의 분해를 촉진한다. 뿐만 아니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과 같은 소화기계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생육을 저해한다.

마늘의 알리신도 면역력 증강과 항암, 고혈압 예방효과를 나타내며, 비타민 B1과 결합하여 흡수력이 높은 알리지아민이 된다. 배추나 무, 갓의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항암효과가 있으며, 생강의 진개론도 유방암과 전립선암에 효과가 있으며(김현우, 2009), 김치의 산패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특집부 weekl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