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동의 발효이야기] 김치의 보존기간 연장
매일신문 배포 2021-08-13 14:30:00 | 수정 2021-08-13 15:37:11
김치의 보존성을 향상하는 향신료 타임.
60년대 월남으로 파병한 군인들에게 김치를 공수(空輸)했으나 옮기는 동안에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신 김치로 변해 그 후로는 열처리한 김치 통조림을 보냈다.살아있는 젖산균은 모두 사멸되고 조직이 물러져 고유의 김치 맛을 느낄 수 없었으나 당시의 군인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식품이었다.
여름철에는 김치를 사 승용차에 한두 시간 두는 것으로도 급속하게 과숙되는 일이 생긴다. 또, 매장의 온도는 대개 10℃ 정도로 낮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도 장시간 두면 산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김치에는 10℃ 이하에서도 생육하는 저온성 젖산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김치는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산도(酸度)도 증가한다. 발효 중에는 산(酸) 내성이 약한 젖산균부터 시작하여 점차 내성이 강한 젖산균까지 약 40여종의 젖산균들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젖산 생성량이 낮은 헤테로 젖산균이 번식하지만, 산도가 높아지면 젖산 생성량이 높은 호모 젖산균이 번식한다. 발효가 시작되어 맛있는 신맛이 되었을 때(산도 0.6~0.7% 범위) 4℃ 정도의 김치냉장고로 옮겨두는 방법은 일반가정에서 보존 기간을 늘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콜더체인(cold chain) 시스템이 확립되고 가정마다 김치냉장고가 필수품이 된 오늘날에는 김치 통조림이 자취를 감췄고, 보존성에 대한 연구가 줄긴 했으나 공장김치의 생산이 많아지고 외식산업의 활성화와 수출량의 증가로 김치의 보존성은 여전히 주요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김치의 보존성은 살아있는 젖산균과 김치 고유의 품질이 유지되는 측면에서 고려되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감압처리는 김치 내의 공기를 제거함으로써 호기성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한 방법이다. 그러나 1,000~7,000기압의 초고압 처리는 맛과 사각사각한 조직감은 살릴 수 있으나 젖산균이 사멸되는 문제점이 있으며 설비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어 현실적인 방법은 되지 못한다.
과도한 신맛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새로운 기능성을 부여하면서 젖산균을 비롯한 여타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천연 재료들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커피에 설탕을 첨가하여 강한 쓴맛을 못 느끼게 하듯 미생물이 영양원으로 이용할 수 없는 올리고당이나 아스파탐 같은 인공 감미료 또는 쓴맛을 띠는 산야초 및 그 추출물을 가미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신맛은 줄일 수 있다.
적당한 쓴맛은 식욕을 돋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쓴맛은 주로 식물체에 들어 있는 약리효과가 있는 알칼로이드로 산야초나 약용식물에 많다. 김치를 담글 때 이들 재료를 직접 첨가하거나 달여 우려낸 액을 양념과 버무려 넣기도 한다. 적당한 양을 사용하면 맥주에 첨가한 호프나 커피의 카페인처럼 김치내의 다양한 맛 성분들과 조화를 이루어 품위 있는 맛을 내기도한다. 뿐만 아니라 젖산균의 생육을 억제함으로써 김치의 보존성을 높일 수 있다.
인삼은 헤테로 젖산균의 생육을 억제하며, 사포닌의 쓴맛은 김치의 성분들과 조화를 이룸과 동시에 인삼의 기능성을 갖게 한다. 청대, 황금, 승마, 산이화, 산초, 산두건, 모과, 홀스레디쉬(horseradish), 로즈메리(rosemary), 세이지(sage), 시나몬(cinnamon), 레몬(lemon), 향유(balm), 겨자, 솔잎, 비름나물, 취나물, 갓, 녹차, 감잎, 피망, 야생 능금, 미나리, 고들빼기, 민들레 등도 젖산균의 생육을 억제하며 이들의 향미가 신맛을 줄인다.
카다몬(cardamon), 꾸민(cumin), 타임(thyme) 같은 향신료는 젖산 생성량이 높은 호모 젖산균의 생육을 선택적으로 억제하여 보존성을 높인다. 게나 계란 껍데기에 함유된 칼슘은 소금 절임이나 발효 중에 손상되는 세포벽과 세포벽 사이의 중층 펙틴질의 붕괴를 막아 김치 조직에 신선미를 부여한다. 또한, 용출된 칼슘은 발효 중에 생성되는 젖산이나 초산과 결합하여 수용성의 젖산칼슘이나 초산칼슘이 된다. 이들 염류는 김치에 들어있는 약산인 젖산이나 초산과 완충작용을 함으로써 김치의 신맛이 감소된다.
김순동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특집부 weekl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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