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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동의 발효이야기] 젖산균 비율이 높으면 잡균들은 번식이 종료

무철 양재완 2021. 8. 27. 13:56

[김순동의 발효이야기] 젖산균 비율이 높으면 잡균들은 번식이 종료

매일신문 배포 2021-08-27 13:30:00 | 수정 2021-08-26 14:15:00

김치의 발효 중 젖산균과 호기성 세균의 변화

김치는 재료의 종류, 소금농도는 물론 담금 용기와 주변 환경의 청결정도에 따라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 그리고 발효상태가 달라진다. 초기에는 토양세균과 곰팡이, 식물병원균 등 호기성의 다양한 잡균들이 나타난다. 가벼운 식중독 균이긴 하지만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검출된 적도 있다(세계김치연구소).

배추, 고추 등 김치 재료에는 일반세균이 그램당 최대 10억 마리가 검출되며, 토양 내에서 자란 생강에는 6억 마리 정도가 검출된다. 그러나 담그기 전에 잘 세척하면 그램당 2천 마리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또, 발효가 진행되어 젖산균 비율이 80~90%로 높아지면 이들 잡균들은 비활성체로 변해 번식이 중단되며 김치의 위생성이 크게 향상된다.

젖산균 비율(젖산균수 x 100 / 총균수)은 위생성을 가름할 수 있는 좋은 지표로,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증가한다. 담금 초기에는 20~40%에 달하나 새콤한 맛을 느끼게 되는 시기가 되면 산도는 0.3% 수준이 되며 젖산균 비율은 80%이상이 된다. 산도가 0.3%가 될 때를 기준산도라 한다. 김치의 위생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기준산도에 도달하는 시점에 젖산균 비율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것은 초발온도이다. 초발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기준산도에 이르러서도 젖산균비율이 80%를 넘기지 못할 때가 많다. 가장 적당한 초발온도는 15~17℃로 알려져 있다. 담금 즉시 김치냉장고에 넣으면 초발온도가 지나치게 낮아져 젖산균비율이 낮은 상태로 유지된다. 이렇게 되면 젖산균이 생성하는 젖산이나 박테리오신(bacteriocin) 같은 항균성 물질의 생성이 부진하여 잡균의 활동이 계속되며 위생성이 낮은 김치가 된다. 담금 초기부터 젖산균비율을 높이는 한 방법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로 제조된 요구르트나 순수 배양한 기능성 젖산균을 담금 시에 첨가하는 방법도 있다(이신호, 김순동 1988).

김치발효

양념 등 부재료의 조성이 불충분하여 젖산균의 영양이 부족할 경우에도 젖산균의 종류가 달라지거나 젖산균 비율이 감소한다. 젓갈과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한 부재료는 젖산균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재료이다. 젓갈도 그 종류에 따라서 향미가 다를 뿐만 아니라 아미노산의 조성이 달라 멸치젓이나 새우젓 등 몇 종의 젓갈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담금 초기에 젖산균비율이 낮다하더라도 한계산도가 되었을 때 젖산균비율이 높아질 경우도 있다. 한계산도는 산도가 0.7% 이상이 되어 강한 신맛으로 먹기가 어렵게 되었을 때의 산도이다. 이를 때는 가식기간이 크게 짧아진 경우이다. 또한, 잡균의 증식기간이 길어지면 가식기간도 짧아진다. 잡균이 번식하면 엽록소의 변색과 폴리페놀의 산화 등으로 인한 갈변이 일어나며 비타민 C는 이 변화를 막는데 소모되어 그 함량이 감소한다.

젖산균 비율은 한계산도(산도 0.7%)와 최대산도(0.8~1.0%) 사이에서 가장 높다. 최대산도는 김치발효 중에 산의 생성량이 최대를 나타낼 때의 산도로서 재료 내의 당(糖) 함량에 따라 차이가 있다. 최대산도를 보이는 시점이 지나면 젖산균비율은 감소하기 시작한다. 생성된 젖산이 젖산균의 생육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젖산균 비율이 가장 높게 유지하는 기간이 위생성이 높은 시기다. 이 기간은 발효온도가 적당하지 않거나 공기가 유입되거나 잡균이 번식하면 짧아진다(김미경 등 1994, 1995), 젖산균 비율이 높을 때 낮은 온도로 그리고 밀폐상태로 저장하여 최대산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김치의 위생성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다.

호모 젖산균의 경우 포도당 1분자(분자량 180)가 2분자의 젖산(분자량 90 x 2 = 180)을 생성함으로 재료내의 당 함량이 2%일 경우는 이론적인 최대산도도 2%가 되나 실제로는 최대 1.7% 정도이며, 헤테로 젖산균은 젖산, 초산, 알코올, 탄산가스 등을 생성함으로 최대산도는 1% 정도를 나타내어 종합적인 최대산도가 2%가 되는 경우는 흔치않다.

그러나 묵은 김치에서는 2%내외의 산도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산도가 2% 정도가 되면 젖산균은 완전히 쇠퇴하여 젖산균 비율이 크게 감소한다. 반면에 비활성체로 있던 곰팡이나 효모 등의 생육이 시작되어 군덕 내를 낸다. 곰팡이가 생성하는 효소들에 의하여 섬유질로 구성된 세포벽이 분해되어 조직은 물러진다. 해를 넘긴 김장한 묵은 김치는 씻어서 먹거나 찌개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맛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영양성과 기능성 및 위생성 측면에서는 보완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순동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특집부 weekl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