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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매일에 사진 제공 (김채영의 '문학 톺아보기')

무철 양재완 2020. 9. 25. 23:01

이화인의 ‘어머니의 고무신’


                       사진 양재완 (고산1동) 제공

 

이화인의 ‘어머니의 고무신’

 

어머니를 묻어드리고 돌아와

마루 한쪽 가지런히 놓여있는

고무신을 바라본다

 

하얗던 몸이

닳고 닳아서 잿빛이다

 

한 생애를 이끌고 왔구나

이때껏 내 대신 모시느라

힘들었을 게다

 

고맙다

참으로 고맙다

 

두 손으로 받쳐 드니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어머니 눈물 가득하다

 

시집 『묵언默言 한 수저』 문화발전소. 2016. 2. 20.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조상 묘를 찾아 벌초하는 일마저 여의치 않다. 부득이하게 대행업체에 맡긴다고들 하는데 난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일찍이 하늘나라에 국적을 두신 부모님, 1년에 한 번 찾아뵙고 우거진 잡풀이나 베어내는 일을 효도라 여기며 도리를 다하는 양 면죄부를 준다. 유택에 엎드려 조용히 불러보지만 무용한 일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바쁘단 핑계 뒤에 숨어서 잊은 듯이 살다가도 부지불식간에 애틋해진다.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은혜, 그 하나만도 영원히 탕감 받지 못할 부채여서 그리움이라는 천형을 받으며 살아간다. 자식에게 양친의 생존 여부는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된다. 돈도 명예도 별반 욕심이 없으나 부모복은 부럽다.

어머니의 고무신, 어머니 장례를 갓 치른 체험과 진술로 이루어진 시다. 슬픔이 미처 삭지 않아서 곡비처럼 울음을 보태야하는 어조로 읽힌다. '어머니를 묻어드리고 돌아와/마루 한쪽 가지런히 놓여있는/고무신을 바라'보는 상황 이미지가 너무 선명하여 가슴이 철렁한다. 2연으로 내려갈 엄두를 못 내게 만든다. '하얗던 몸이/닳고 닳아서 잿빛' 무생물인 고무신을 어머니와 동일시하다가 '고맙다/참으로 고맙다' 인사말로 인격화를 시킨다. 시란 것이 처절한 내부에서 발아할 때 독자의 감성을 흔들기 마련이다. 이 시가 화려한 기교나 수사법이 없어도 충분히 빛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겠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어머니 눈물 가득'한 아! 속절없는 고무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