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상 생 활 편/좋 은 시 모 음 방

愛誦詩 - 먼지 (박윤배)

무철 양재완 2017. 10. 28. 22:29



 

 






     먼   지

                  박 윤 배


머물다 떠나는 자리이거나

풀고 싸는 짐 속에

소멸 흔적 켜켜이 쌓여 있다

씻은 살갗인데도 또 밀리는 때처럼

밖에서 날아들지 않아도 슬픔은

안에서 꾸역꾸역 밀려 나오기도 하는 것

홀연히 말라가는 나뭇가지 위

풍장으로 널린 새의 죽음도

아침 내내 선명했던 울음도

어느 날엔가는

쓸쓸한 기억이 되고 말리라는 예감

한때 검정구두 반들거리던 기억도

희미해지다가 결국엔 먼지 되어

허공 툴툴 차는 것

3가 든 사진 액자 모서리에도

활자活字 빼곡한 책들 서가書架에도

촘촘했다, 먼지는

내소사來蘇寺 문살 나이테에

늦가을 햇살 내려와

목어 소리 삼키는 동안에도

먼지를 탑으로 쌓고 허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