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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誦詩 - 덜어낸다는 말 (손진은)

무철 양재완 2017. 9. 19. 13:59



 

   


덜어낸다는 말

손진은

 

그 찻집 드나들다 벗이 된 이들이 있다네

창 너머 고분들 사이

메타세쿼이아 다섯 그루

별 간격도 없이 서 있는 나무들,

가운데 두세 그루는

발라낸 생선가시 같은 가지가 되도록

몸뚱이와 잎, 그리고 살을 덜어 양편

나무에게 흘려보내고

그 마음 아는지 양편

나무들은 또 서로 다른 쪽 잎사귀들만 펼쳐

그럴듯한 한그루 나무로 바람에 부풀어 솟아오른다네

다섯이 몸피를 조금씩,

줄여 한 그루의 호흡으로 뿜어내는 저 연초록 불길!

쨍강쨍강, 저이들이 햇살과 빚어내는

슬기로운 그늘을 덮은 사람들

경계도 없는 오수를 즐긴다네

그 속에 곤히 잠든 새들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다

순한 바람이 일면

또 무슨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나무인 듯 같은 나무의

, , , 저 파닥이는 잎들

찻집 프리쉐이드 창가

찔리지 않고도 아려오는 내

가슴도 낮달로 떠 오르는 오후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