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 (老境) 구 상
여기는 결코 버려진 땅이 아니다
영원의 동산에다 꽃 피울 신령한 새싹을 가꾸는 새밭이다
젊어서는 보다 육신을 부려왔지만 이제는 보다 정신의 힘을 써야 하고 아울러 잠자던 영혼을 일깨워 형이상(形而上)의 것에 눈을 떠야 한다
무엇보다 고독의 망령(亡靈)에 사로잡히거나 근심과 걱정을 도락(道樂)으로 잃지 말자
고독과 불안은 새로운 차원의 탄생을 재촉하는 은혜이어니 육신의 노쇠와 기력의 부족을 도리어 정신의 기폭제(起爆劑)로 삼아 삶의 진정한 쇄신에 나아가자
관능적(官能的) 즐거움이 줄어들수록 인생과 자신의 모습은 또렷해지느니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더욱 불태워 저 영원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이제 초목(草木)의 잎새나 꽃처럼 계절마다 피고 쓰러지던 무상(無常)한 꿈에서 깨어나
죽음을 넘어 피안(彼岸)에다 피울 찬란하고도 불멸(不滅)하는 꿈을 껴안고 백금(白金)같이 빛나는 노년(老年)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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