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의 “길 없는 길” 중 “법구경”의 경구 하나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이 멀 듯이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생사의 밤길은 길고 멀어라.
참으로 내게 있어 밤은 길었으며 참으로 나에게는 길이 멀었었다 나는 불혹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내가 옳다고 믿어온 길을 줄곧 달려왔으며, 내 앞에 놓인 불면의 밤과 싸워 왔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지쳤다. 나는 피로한 도상(道上)의 나그네에 불과하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렇다. 나는 한마디로 어리석은 사람에 불과하다. 한때 나는 학문의 길을 통하여 진리를 얻을 수 있다고 믿어왔었다. 한때 나는 학문을 통하여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알았으니 지식만을 채집하는 사냥꾼이었지 지혜에 대해서는 백지였었다. 내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헛된 거짓에 불과하였다. 불혹의 나이를 지나서야 나는 내가 어리석은 사람임을 알 게 되었다.
- 최인호 장편소설 “길 (길 없는 길)” 전 4권 중 2권 (불타는 집) 중 “불타는 집” 항목에서 발췌한 것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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