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이 어디 뜻대로 되는 것이 있던가. 우리들의 계획은 선유도 일박이일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는 일탈의 시간도 될 수 있어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세월호 사건이 우리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이미 한달전 일이지만 전국이 노란물결로 출렁이고 있는데 어찌 우리가 계획대로 밀고 나갈수 있을까. 계약금까지 냈지만 불평없이 우리들은 집행부의 결정에 따른다.
선유도에서 바뀐 괴산의 산막이길. 장소가 바뀌어도 날짜가 바뀌어도 우리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배낭 하나 메고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 자유의 신선한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아침의 흐린 날씨는 인터넷 일기에보를 보게 하고 손에 들었던 우산을 내려 놓는다. 언제나처럼 차에 오르는 순간 반가운 인사들이 선후배간에 오가고 시끌벅적한 시골장터 분위기는 제자리를 찾아 앉고 차가 출발하면 가라앉는다.
오월의 신록을 닮은 쑥인절미가 나눠지고 각자 갖고 온 갖가지 음식들이 쏟아진다. 오븐에 구운 고구마, 오쿠에 구운 훈제 달걀은 아직도 따뜻하게 손에 전해 온다. 요커트 한개, 아침 견과 한봉지와 홍삼드링크까지 마시고 나니 배가 가득하다. 전에는 저녁으로 나눠주던 샌드위치가 이제는 아침에 나눠진다. 그 바쁜 아침에 샌드위치를 빠짐없이 만들어 오는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다. 집에서 보다는 모두들 엄청 많이 먹었지만 즐거운 웃음과 함께 수다를 떨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과일은 약방에 감초격으로 시시로 나온다.
회장님의 인사에 이어 총무님의 일정 안내를 들으며 눈을 돌리면, 시리도록 푸른 창밖의 풍경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충북 괴산의 산막이길. 이제부터 걸어야지. 왼편으로 괴산호를 끼고 오른편으로 산을 따라 그늘진 길을 걸으니 피곤하지도 않다. 계단과 돌길을 지나 흔들다리 위에서 엄살도 부리고 자그마한 연못에는 키가 훌쩍 자란 부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자그마한 수련은 물위에 잎을 띄우고 바람에 흔들리는데 뜨거운 햇살을 듬뿍 받으면 연분홍 수려한 꽃봉오리가 수줍게 올라 오겠지.
백번을 찾아 오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연리지와 다래나무 터널을 지나며 우리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숨이 가볍게 차 오른다. 언제나처럼 선배님들은 중간 중간의 벤치에 앉아 바람과 대화를 하고 후배들은 게속 걷는다.
푸른 바다 대신 괴산호가 출렁이고 여객선대신 자그마한 유람선이 물위에 떠 있다. 산도 물도 함께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그 사잇길을 걷는 우리들은 자연의 일부가 된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가게앞의 평상들은 우리들의 점심식탁이 되어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왠간한 식당밥보다 훨씬 더 나은 갖가지 반찬들로 식탁이 차려지고 동기들끼리 둘러 앉아 숟가락을 든 손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선배님이 나눠 주신 누룽지 튀김은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간식이다.
돌아 오는 길에 구미의 박정희 전대통령 생가에 들렀다. 본채는 6.25때 불타고 아랫채는 복원하여 원래의 모습은 없지만 내외분의 사진옆에서 함께 사진찍으며 마음은 경건해진다. 보릿고개 체험장에서 말만 들었지 본적도 없는 보리떡을 사 든다. 맛이 궁금하여 친구들에게도 한개씩 맛보기로 나눠준다. 선배님이 사온 시원한 보리감주도 맛보고 나니 피로가 가볍게 몰려 온다. 친절한 기사님은 금오산에 가자 하지만 에너지가 방전된 우리들은 집에 가자 한다.
목소리 아름다운 회원 몇이 마이크를 잡고 부른 노래는 우리들의 박수를 이끌어 낸다. 긴 봄날이라지만 대구에 도착하니 어둑하다. 언제나처럼 손을 흔들며 건강하게 또 만나자고 인사들을 나눈다. |
글 - 김 향 . 사진 - 배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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