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박구원기자 kwpark@hk.co.kr |
코카콜라의 비밀 성분이 '사람의 타액'이라고 한 미국 신문이 보도해 이 회사경영진을 분노케 했다. 어떻게 사람의 침으로 음료수를 만들 수 있을까 싶지만, 페루 토착민들은 몇 백 년 동안 침을 발효해 만든 마자토라는 탄산음료를 마셨다. 사실 침은 몸에서 분비되는 최고의 항산화제 가운데 하나다. 노화를 늦추는 가장 간단한 방법, 침 관리법을 알아본다.
몸에서 나오는 항산화제
침에는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침에 들어있는 가장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은 '코엔자임 Q10'이다. 코엔자임 Q10은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효소의 일종(조효소)으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침에 포함된 항산화 물질은 침이 많이 생길수록 늘어난다. 침 분비량이 적은 구강건조증 환자가 일반인보다 암이나 생활습관병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건강 수명 연장의 비밀 씹는 힘>을 쓴 사이토 이치로 일본 츠루미대 치대 교수는 "DHEA 분비량은 침 분비량에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부신에서 분비되는 DHEA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다양한 호르몬의 원천이다. 혈액을 통해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으로 바뀐다. 이 호르몬은 면역력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동맥경화와 골다공증을 억제하는 등 노화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20세를 기점으로 분비량이 점점 떨어져 80대가 되면 최고치의 10~20%밖에 되지 않는다.
소화ㆍ항균ㆍ치매 예방 등 여러 작용
침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작용이다. 치아가 음식물을 잘게 부수면, 침에 포함된 소화효소 아밀라아제가 탄수화물을 당으로 분해한다. 이 과정이 제대로 되면 위장의 부담이 줄어든다. 반대로 이 과정이 제대로 안 되면 음식물을 씹어 삼키기가 힘들고,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역류성식도염에 걸릴 수 있다.
침에는 면역글로불린 등 병원균을 막는 항균 물질도 많이 들어있다. 나이 들면서 침이 잘 안 나오면 항균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흡인성 폐렴이나 감기 등에 걸리기 쉽다. 흡인성 폐렴이란 입을 거치면서 죽어야 할 병균이 폐까지 침투해 생기는 병으로, 고령인이나 영ㆍ유아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밖에 침에는 무틴이라는 물질이 있어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이 구강 점막이나 식도 등을 손상하지 못하게 막는다.
상처가 생기면 무의식적으로 침을 바르는데, 실제로 침에는 상처를 치료하는 상피성장인자 EGF와 신경성장인자 NGF가 포함돼 있다. NGF는 신경세포 회복을 촉진해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씹는 힘이 떨어져 침이 잘 안 나오면 뇌세포 노화도 가속화된다.
또한 침이 제대로 안 나오면 구강이 건조해지면서 충치와 치주염이 생기기 쉽다. 충치균이 있으면 균이 만든 산이 치아 표면을 녹여 미네랄과 이온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흘러나온 미네랄과 이온은 침 작용으로 다시 치아 표면으로 돌아가는데, 침이 부족하면 이런 과정이 잘 안돼 충치가 생긴다.
물 많이 마시고 커피ㆍ청량음료 피해야
침을 많이 나오게 하려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몸무게의 30분의 1을 마시라고 권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식사에 포함된 것 외에 하루 1.5ℓ 정도만 마시면 된다. 다만 커피나 청량음료 등은 이뇨작용을 하므로 오히려 침이 덜 나오게 할 수 있다.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가 건조하면 코가 막혀 입호흡을 해 구강이 건조해질 수 있다. 양치질은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양치질하면 침샘이 자극돼 침이 많이 나온다. 구강건조증 환자가 구강청정제를 사용할 때는 무알코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씹는 횟수를 늘리고 껌과 사탕, 신 음식 등을 먹는 것도 침 분비를 늘리는 방법이다. 다만 구강건조증이 심하면 신 음식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직접 침샘을 자극하는 방법도 있다. 혀 바로 아래쪽 턱 부분을 누르거나, 턱의 아래쪽 부분에서 3㎝ 정도 안쪽을 지긋이 누르는 방법, 귓불 아래를 둥글게 마사지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밖에 입 안의 혈류를 떨어뜨리는 흡연과 이뇨작용을 일으키는 술은 삼간다. 반대로 운동은 자율신경을 자극해 침샘 활동을 원활하게 하므로 침 분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