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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誦詩 - 당신과 가는 길 (도종환)

무철 양재완 2010. 10. 26. 19:46

 

 

 

당신과 가는 길

 도종환

 

별빛이 쓸고가는 먼 길을 걸어 당신과 함께 갑니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간 벌판이 되어

길의 끝에서 몇 번이고 빈 몸으로 넘어질 때

푸뿌리 하나로 내 안을 파고 오는

당신께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 땅의 일로 가슴이 아파할 때

별빛으로 또렷이 내위에 떠서 눈을 깜박이는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동짓달 개울물 소리가 또랑또랑 살얼음 녹이며 들려오고

구름사이로 당신이 보입니다

바람도 없이 구름은 흐르고

떠나간 것들 오지 않아도

내 가는 길 앞에 이렇게 당신은 있지 않습니까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