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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誦詩 - 귀뚜라미 (나희덕)

무철 양재완 2010. 5. 30. 16:14

               

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