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에 속하는 주실 마을은 북쪽으로 일월산이 있고, 서쪽에는 청기면, 동쪽은 수비면, 남쪽은 영양읍과 맞닿아 있다. 조지훈이 태어난 주실 마을은 전통마을이면서도 실학자들과의 교류와 개화 개혁으로 이어진 진취적인 문화를 간직한 매우 유서 깊은 마을이기도 하다. 주실 마을에는 조지훈 시인의 생가인 호은종택(壺隱宗宅 경상북도 기념물) 이 마을 한복판에 널찍이 자리 잡고 있고, 옥천종택(玉川宗宅:경상북도 민속자료), 월록서당 등 숱한 문화자원들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주실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포근하기 그지없다. 숲이 울창하고 푸른 산자락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 안고 있으며 그 아래로 정갈하게 자리 잡은 기와지붕들이 부드러운 능선을 그리며 이어져 있다. 마을 안쪽으로 넓게 펼쳐진 논에는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벼들이 싱그러운 초록빛 연두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난 호젓한 길을 보니 절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자연과 사람이 이토록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 인공적인 소음 하나 없이 바람에 풀잎 스치는 소리만 가득한 시간이 잠시 비껴간 듯한 평화로움이었다. 마을의 가장 중심이자 조지훈 시인의 생가인 호은종택에 다다랐다. 이곳은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태극기가 펄럭이는 솟을대문 너머로 일자형 솟을대문과 ㅁ자형 정침이 배치된 영남 북부 지역 양반가의 전형적인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시인이 어린 시절 바라보았을 마당과 하늘을 가만히 응시해 보았다. 당대 최고의 문학가이자 지조론을 펼쳤던 선비 조지훈의 대쪽 같은 정신이 바로 이 소박하고 엄숙한 공간에서 잉태되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시인의 성장기를 보낸 방우산장을 둘러보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영양 주실마을은 단순히 오래된 한옥들이 모여 있는 민속마을이 아니었다. 지훈문학관에서 시인의 문학 세계를 머리로 배웠다면 이 주실마을의 흙길을 걸으며 비로소 그의 삶을 가슴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길고 아늑한 여정이었다.



월록서당










호은종택








방우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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