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등 산 편/경상·북도 여행방

남천과 욱수천을 금계국과 함께 걷다

무철 양재완 2026. 5. 26. 11:38

 

5월의 하순, 봄의 끝자락이 남겨둔 볕이 제법 따사롭다. 한낮의 열기에 사람들은 하나둘 서둘러 초록 그늘 밑으로 숨어들고, 쨍쨍한 땡볕 아래 남천 둔치를 거니는 사람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한산해진 오후다.  하지만 나는 이 고슬고슬하고 따끈따끈한 햇볕이 참 좋다. 온몸의 세포를 깨우듯 전해오는 열기가 되레 싱그러운 활력을 불어녛어 준다. 이런 날이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밖으로 뛰쳐나가 걷고 싶다는 기분 좋은 충동이 일렁인다.  옥곡동 백옥교에 서서 가벼운 첫걸음을 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번진다. 지금 남천은 그야말로 금계국 세상이다. 무리 지어 피어난 황금빛 꽃들이 물길을 따라 끝없이 일렁이며 아름다운 띠를 두르고 있다. 걸음걸이가 깃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서옥교를 지나고 경산교의 탁 트인 풍경을 거쳐 우뚝 솟은 하얀 교각이 아름다운 보도교 아래를 지난다. 맑고 푸른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떠다니고, 잔잔한 수면 위에는 세상의 평화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땡볕을 피해 다리 밑 그늘진 명당에 자리를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낙들의 모습이 정겹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강가를 바라본다. 얕은 물가에 왜가리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고고하게 서 있고 물속에 비친 금게국의 노란 그림자는 그보다 더 한가로이 일렁인다. 그 순간 마음속으로 깊은 울림이 찾아온다. '아, 평화로운 세상이다. 낙원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속에 잔잔한 평화를 지닐 수 있다면 내가 발 딛는 이 세상 모든 곳이 다 낙원이구나' 잠시 벤치에 앉았다가 경산도축장 갈림길에서 욱수천 방향으로 들었다. 징검다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흐르는 물소리를 동무 삼아 걷다 보니 어느덧 저 멀리 목적지인 신매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만보가 채워질 때쯤 다리가 묵직해지고 통증이 밀려온다. 마침 빈 벤치 하나가 구원 투수처럼 기다리고 있다. 다리가 아파올 때쯤 딱 맞춰 나타나 준 저 의자 덕분에 오늘도 마음속으로 나직이 미소 지으며 중얼거린다. " 이래서 참, 살 맛이 난다."

 

백옥교에서 걸어 갈 남천을 보다

 

 

 

 

 

 

 

 

 

 

 

 

 

 

 

 

 

 

 

 

 

 

 

 

 

 

 

 

 

 

 

 

 

 

 

 

 

 

 

 

 

 

 

보도교

 

 

 

 

 

 

 

 

 

 

 

 

 

 

 

 

 

 

 

 

 

 

 

 

 

 

 

 

 

욱수천으로 들다

 

 

 

 

 

 

 

 

 

 

 

 

 

신매교에서 걸어온 길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