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좁은 골목마다 사람이 꽃으로 피어
적산가옥 낮은 처마 아래 추억을 포갠다
가파른 계단 끝 동백의 웃음소리 머문 자리
과거와 오늘이 어깨를 맞대고 걷는
오월
오월의 눈부신 햇살을 따라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입구에 서면 커다란 나무 기둥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묘한 긴장감이 발목을 붙잡는다.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5월의 첫 토요일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열기가 후끈하게 다가온다. 낮은 처마를 맞댄 적산가옥들 사이로 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 다정히 걷는 연인들이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비좁다'는 탄성보다 이곳에서는 살아있는 생동감으로 변한다. 나무 냄새 짙은 옛 가옥들은 이제 세련된 카페와 소품점이 되어 길 위를 메운 현대인들에게 낡은 이야기들을 속삭여 준다. 길을 걷다 마주친 '느린 우체통' 앞에서는 누구나 걸음이 느려진다. 6개월 뒤에나 도착한다는 편지함은 속도가 미덕인 세상에서 잠시 쉬어가라 권하는 듯하다.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낯선 이들의 어깻짓마저 여행의 일부가 되는 곳.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이제는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 찬 구룡포의 오월은 사진 속의 눈부신 색감처럼 따스하고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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