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훈문학관은 청록파 시인이자 지조론의 학자 조지훈 선생을 후세에 길이 기리기 위해 건립한 문학관이다. 문학관의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마치 한 시대의 문학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고즈넉한 목조 기와집이 'ㅁ'자 모양으로 방문객을 품고 있었고 단아한 자태는 조지훈 선생의 품격을 닮아 있었다. 특히 선생의 부인 김난희 여사가 직접 쓴 현판은 문학관에 깃든 사랑과 정성을 말없이 전해주고 있었다. 전시실로 들어서서, 소년 시절의 사진과 자료들 앞에서는 문학을 꿈꾸던 한 소년의 맑은 눈빛이 떠올랐다. 광복의 감격과 함께 태어난 《청록집》의 자료들은 암울했던 시대를 견디며 시로써 희망을 노래했던 청록파 시인들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유리 진열장 속에 놓인 초판《청록집》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우리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소중한 유산처럼 다가왔다. 전시 동선을 따라 걸으며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지훈의 흔적들을 만났다. 시인이자 학자, 그리고 지사로서 시대를 고민했던 그의 삶은 어느 한 부분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깊고 넓었다. 가족을 향한 따뜻한 시선, 학문에 대한 치열한 탐구, 그리고 선비정신을 지키려 했던 그의 강직한 모습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특히 오래 사용했다는 문갑과 서랍, 검은 모자와 가죽장갑, 담배 파이프와 안경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 물건들은 전시품이기 이전에 한 인간 조지훈의 체온이 남아 있는 생활의 흔적이었다. 관람을 거의 마칠 무렵,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백 장의 사진 앞에 오래 머물렀다. 사진마다 담긴 웃음과 사색, 만남과 일상의 순간들이 한 사람의 생애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조지훈 선생은 이미 오래전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시와 정신은 여전히 이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지훈문학관은 단순히 시인을 기리는 공간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품었던 선비의 정신과 우리 문학의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하는 뜻깊은 공간이었다.































'여 행 등 산 편 > 경상·북도 여행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수필사랑문학회 - 영덕 1박 2일 수필산책 (1) | 2026.06.21 |
|---|---|
| 시와 선비 정신이 푸르게 살아 숨 쉬는 곳 - 영양 주실마을 (1) | 2026.06.07 |
| 남천과 욱수천을 금계국과 함께 걷다 (0) | 2026.05.26 |
| 「왕과 사는 남자」의 길을 따라 - 육신사. 엄흥도 묘소. 망월정 (1) | 2026.05.17 |
| 경산 펜타힐즈 야간 산책 (0) | 2026.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