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상 생 활 편/생 활 정 보 방

[김순동 교수의 발효이야기] 메주는 콩이 된장이나 간장이 되게 하는 효소제 - 매일신문

무철 양재완 2022. 3. 27. 09:42

[김순동 교수의 발효이야기] 메주는 콩이 된장이나 간장이 되게 하는 효소제

                                                    매일신문 특집부 weekly@imaeil.com
 
메주

우리 민족은 모두 된장 전문가다. 가정마다 장을 담그는 장독이 있고 매끼마다 된장찌개 또는 된장국을 끓여 먹으며 맛을 평한다. 된장은 콩 단백질을 발효하여 만든 아미노산 덩어리로 선조들은 두장(豆醬)이라 했다. 생선 단백질을 발효한 어장(魚醬)과 고기 단백질을 발효한 육장(肉醬)과 함께 동양 삼국의 주요 발효식품이다.

중국의 해동역사, 삼국지, 동위지에는 우리나라의 옛 땅인 발해의 명산물로 메주(豉 메주 시)를 소개하고 있다. 또, 정창원문서(739년)에는 장(醬)을 말장(末醬) 또는 '며조'라 하였고 만주어로는 미순(misun)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의 미소는 미순→며조→미소가 된 것으로 콩의 원산지는 물론 장(醬)의 효시도 우리나라임을 알 수 있다.

메주는 콩이 된장이나 간장이 되게 하는 효소제다. 메주의 품질이 장의 품질을 좌우한다. 메주 띄우기는 콩에 곰팡이를 번식시킴으로써 콩의 40%를 차지하는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효소를 모으는 과정이며, 장류 제조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이렇게 띄운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두면 메주의 주 효소인 아밀라아제, 프로테아제, 리파제가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을 각각 분해하여 맛을 띠는 아미노산과 당류, 그리고 지방산과 같은 저분자 분해물을 생성하는 발효를 일으킨다. 발효 중에는 메주를 띄울 때 번식이 왕성하지 못했던 효모, 바실러스, 젖산균 같은 다양한 미생물들이 발효에 관여하여 된장이 된다.

메주 띄우기는 콩의 선별, 세척, 수침, 삶기, 파쇄하기, 형태 만들기, 건조, 발효의 순으로 진행된다. 메주 곰팡이는 콩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먹기 위하여 몸 밖으로 프로테아제와 아밀라아제 분비한다. 거대분자로 이루어진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곰팡이가 직접 영양원으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주는 장을 만드는 효소를 가급적 많이 생성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러므로 메주를 띄우는 과정 중에 콩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메주에서 이러한 변화가 지나치게 진행되면 된장의 수율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미생물이 메주에 번식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띄우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온·습도를 높여 곰팡이의 번식 속도를 높이면 곰팡이가 먹어 버리는 아미노산의 양이 많아져 된장이나 간장의 품질이 떨어지며, 잡다한 새로운 미생물이 번식할 우려가 높다.

메주

품질이 좋은 메주를 띄우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미생물의 생육을 막으면서 메주 곰팡이가 잘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콩에는 미생물의 생육을 저해하는 트립신 저해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며 탄수화물이나 지질, 단백질도 두꺼운 세포벽에 쌓여 있어 콩의 내부까지 충분히 삶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공정이다. 이렇게 푹 삶은 콩에는 트립신 저해 활성이 없고 세포벽이 허물어져 곰팡이의 균사가 조직 내부로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전통 메주는 자연발효 과정을 거치므로 환경이 청결해야 한다. 주변에서 날아온 곰팡이 포자가 번식하여 메주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허다하며, 좁은 공간에서 많은 메주를 띄우는 것도 산소 부족과 습도를 높여 잡균이 번식하는 요인이 된다.

곰팡이가 번식할 때는 대부분이 백색을 띤다. 균사가 백색을 띠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자가 형성되면 황, 청, 흑, 적 등 다양한 색깔을 띤다. 메주의 주 곰팡이인 아스퍼길루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의 포자는 황록색이다. 띄운 메주의 갈라진 틈새로 검은색이나 푸른색이 많이 보이면 장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아스퍼길루스 니제나 페니실륨속 곰팡이가 번식한 탓이다. 또 메주를 쪼개었을 때 속이 시커멓게 변한 메주는 잘 띄운 메주가 아니다.

습도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메주 곰팡이는 세균보다 비교적 낮은 온·습도에서도 잘 자란다. 따라서 메주의 품질을 떨어트릴 수 있는 잡다한 곰팡이류와 초산균 같은 세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콩을 삶은 뒤 빻고 덩이를 만들어 볕이 잘 들고 통기가 잘 되는 곳에 매달아 메주의 무게가 거의 반으로 줄 때까지 건조시킨 후 20~25℃의 실내로 옮겨 띄우면 잡균들의 번식을 줄일 수 있다.

습기가 많으면 포자가 검거나 푸른 리조푸스(Rhizopus)나 뮤코(Mucor) 또는 페니실륨(Pencillium) 속의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다. 또 온도가 너무 높아 초산균이 번식하면 새콤한 된장이 된다. 콩 껍질이나 볏짚에 서식하는 내열성 고초군(枯草菌)도 단백질 분해력이 강한 효소를 가지고 있으며 메주의 품질을 좋게 한다.

                                                      김순동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