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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문학관과 정지용 생가 - 실개천 끝에 피어난 영원한 노래를 따라

무철 양재완 2026. 3. 18. 20:35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입가에 가만히 맴도는 노랫말을 따라 발걸음이 닿은 곳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향수鄕愁를 노래한 옥천군 하계리.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다. 먼저 발길을 옮긴 곳은 초가지붕이 정겨운 정지용 생가였다.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얼룩배기 황소와 초가 두 채는 시인이 나고 자란 곳 특유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세상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소년 지용의 모습이 그려졌다. 비록 세월에 씻겨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집 앞을 흐르는 실개천의 물소리는 여전히 시인이 읊었던 '지줄대는 소리' 그대로 흐르고 있는 듯했다. 생가를 나와 바로 옆에 이웃한 정지용문학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인자한 모습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시인이 나를 맞이했다. 양옆에 마련된 빈자리는 마치 시인이 " 어서 오게, 나와 함께 이 시대를 이야기해보지 않겠나?' 하고 권하는 듯한 따뜻한 배려였다. 잠시 그 곁에 앉아 기념 촬영을 하며 박제된 인형이 아닌 동시대의 선배 문학가를 만난 듯한 묘한 떨림을 느꼈다. 문학전시실에 들어서니 시인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테마별로 정리된 지용연보와 지용의 삶과 문학을 따라가다 보니 그가 일제강점기라는 척박한 시대 속에서도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말의 보석들을 캐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누렇게 빛바랜 시. 산문집 초간본들 앞에 섰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잉크 냄새 가득했던 그 책들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의 감동이 유리창 너머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옥천의 실개천을 돌아 나오는 길, 내 마음 속에도 시인의 시 한 구절이 '금빛 게으른 울움처럼' 길게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