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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誦詩 - 신년시 (안도현)

무철 양재완 2010. 10. 27. 22:49

 

 

 

 신년시

  안 도현

 

닭이 울어 해는 뜬다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가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