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삶
어느 듯 칠순 고개를 넘기고 나면 시간의 흐름은 급류를 탄다.
일주일이 하루 같다고 할까?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문안 전화도 가끔 걸려오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뚝 끊기고 만다.
이럴 때 내가 영락없는 노인임을 깨닫게 된다.
노인이 돼봐야 노인 세계를 확연히 볼 수 있다고 할까?
노인들의 삶도 가지가지이다.
노선(老仙)이 있는가 하면, 노학(老鶴)이 있고,
노동(老童)이 있는가 하면, 노옹(老翁)이 있고.
노광(老狂)이 있는가 하면, 노고(老孤)가 있고,
노궁(老窮)이 있는가 하면, 노추(老醜)도 있다.
노선(老仙)은
늙어 가면서 신선처럼 사는 사람이다.
이들은 사랑도 미움도 놓아버렸다.
성냄도 탐욕도 벗어버렸다.
선도 악도 털어버렸다.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다.
건너야 할 피안도 없고 올라야 할 천당도 없고
빠져버릴 지옥도 없다.
무심히 자연 따라 돌아갈 뿐이다.
노학(老鶴)은
늙어서 학처럼 사는 것이다.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한다.
그러면서도 검소하여 천박하질 않다.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 안다.
그래서 친구들로부터 아낌을 받는다.
틈나는 데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작품들을 펴내기도 한다.
노동(老童)은
늙어서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처럼 사는 사람이다.
이들은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학원 아니면
서원이나 노인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못다 한 공부를 한다.
시경 주역 등 한문이며 서예면 정치 경제 상식이며
컴퓨터를 열심히 배운다.
수시로 여성 학우들과 어울려 여행도하고
노래며 춤도 추고 즐거운 여생을 보낸다.
노옹(老翁)은
문자 그대로 늙은이로 사는 사람이다.
집에서 손자들이나 봐주고 텅 빈집이나 지켜준다.
어쩌다 동네 노인들에 나가서
노인들과 화투나 치고 장기를 두기도 한다.
형편만 되면 따로나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리 속에 맴돈다.
노광(老狂)은
미친 사람처럼 사는 사람이다.
함량미달에 능력은 부족하고 주변에ㅔ 존경도 못 받는 처지에
감투욕심은 많아서 온갖 장을 도맡아 한다.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최면 불사하고 피리처럼 달라붙는다.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보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 저기 기웃거린다.
노고(老孤)는
늙어가면서 아내를 잃고 외로운 삶은 보내는 사람이다.
이십대의 아내는 애완동물처럼 마냥 귀엽기만 하다.
삼십대의 아내는 기호식품 같다고 할까?
사십대의 아내는 어느 듯 없어서는 안 될 가재도구가 돼버렸다.
오십대가 되면 아내는 가보의 자리를 차지한다.
육십대의 아내는 지방문화재라고나 할까?
칠십대 이상의 아내는 국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귀하고도 귀한 보물을 잃었으니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노궁(老窮)은
늙어서 수분에 돈 한 푼 없는 사람이다.
아침 한 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야 한다.
갈 곳이라면 공원 광장뿐이다.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
석양이 되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들어간다.
며느리 눈치 슬슬 보며 밥술 좀 떠 넣고 골방에 들어가 한숨쉰다.
사는 게 괴롭다.
노추(老醜)는
늙어서 추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다.
어쩌다 불치의 병을 얻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못 죽어 생존하는 가련한 노인이다.
인생은 자기가 스스로 써온 시나리오에 따라
자신이 연출하는 자작극이라고 할까?
나는 여태껏 어떤 내용의 각본은 창작해 왔을까?
이젠 고쳐 쓸 수가 없다.
희극이 되던 비극이 되던 해피 엔드로 끝나던
미소 지으며 각본대로 열심히 연출할 수밖에.
-좋은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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