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등 산 편/충청·전라 여행방
금산 요광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84호)
무철 양재완
2025. 6. 27. 22:15
천 년의 세월을 버텨낸 거대한 몸통
구릿빛 껍질에 새겨진 시간의 주름들
고려의 바람을 맞고 조선의 비를 견디며
일제강점기의 아픔도 홀로 지켜보았네
봄이면 연둣빛 새잎으로 희망을 속삭이고
여름엔 짙푸른 그늘로 마을을 품어주며
가을이면 황금빛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고
겨울엔 앙상한 가지로 인내를 보여주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아래서 태어나고
첫걸음을 떼고 사랑을 속삭이고
이별의 눈물을 흘리며 떠나갔어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네
오늘도 그 자리에 서서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변하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요광리 마을의
수호신처럼 천년을 버틴 은행나무여